"투신사 상품에 이제 돈을 맡겨도 되나"

그동안 투신사에서 돈을 빼나가기에 바빴던 개인들이 투신사 상품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7월 들어 투신사로 시중자금이 서서히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과사 펀드가 대표적인 예이다.

세금이 전혀 없는 비과세펀드는 아직 본격 발매되기 전인데도 이미 2조원이상이 예약형태로 투신사로 몰렸다.

이동자금의 대부분이 일반인의 가계자금이다.

김영진 대한투신 분당지점장은 "투신사를 믿고 돈을 맡기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투신사를 믿고 돈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조건부"로 찬성하고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은행보다 더 많은 이자를 받을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벗어버린 게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투신사 상품은 명실공히 투자신탁,즉 믿고 맡기는 투자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20년간 투신의 공사채형펀드는 사실 저축상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권형펀드에서 투자한 채권이 부도가 나 손실이 날 경우 투신사들이 대부분 물어줬다.

지난해의 대우채권 파동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고객은 은행이자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으로 간주해왔고,투신사들은 이를 인정하면서 영업을 해왔다.

그러나 7월부터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야한다.

공사채형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가입한 고객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7월부터 투신사에 맡긴 돈은 모두 채권 시가평가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시가평가제란 펀드의 기준가격(수익률)을 계산할 때 장부가(취득가)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시세대로 평가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주식형펀드가 주가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들쭉날쭉하는 것처럼 채권형펀드도 금리변화에 따라 수익률도 변화한다.

게다가 채권이 부도가 나면 그대로 손실처리된다.

따라서 주식형펀드 뿐 아니라 채권형펀드도 회사및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투신사로 돈이 몰린다고 해서 무턱대고 아무 상품에 가입할 것이 아니라 상품의 특성및 회사의 운용능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하반기 투신권 최고 히트상품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비과세 펀드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시장 환경과 투신사를 둘러싼 주변 여건을 고려할 경우 투신사로의 자금이동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은행의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중 자금이 좀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주식형펀드및 채권형펀드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자 주식형펀드에서 신규 자금이 조금씩 유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안정세로 채권시가평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크게 완화됐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채권시가평가의 순조로운 출발,투신권 부실공개등 투신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은행에만 돈을 몽땅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투신사의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를 적극 고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내년부터 은행의 예금자보호제도가 2천만원으로 축소된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은행도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금인출을 촉발시켰던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크게 해소됐다.

각 투신사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밝혀진 것도 고객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