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증시개방이후 외국인투자자의 움직임에 주가가 울고 웃는 날이 많아졌다.

최근들어 더욱 그렇다.

시가총액비중이 약 30%에 불과한 외국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미군단이 휘둘리고 있다.

하루하루 "푸른 눈"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쁘다.

특히 눈여겨 볼 곳은 국내에 진을 치고 있는 외국증권사들이다.

외국증권사는 외국인에게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첨병이다.

한국에서 시시각각 발생하는 긴급뉴스 분석에서부터 중장기 경제전망및 분석, 투자유망종목 발굴 등 외국인에게 투자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증권사 지점장이나 조사분석담당 이사의 한마디는 외국인의 매수세와 매도세를 이끌어내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들은 하반기 한국증시를 어떻게 관측하고 있을까.

리차드 사무엘슨 UBS워버그 딜론 리드증권 지점장, 마이클 홀스버그 ABN암로 아시아증권 지점장, 빌 헌세이커 ING베어링증권 조사분석담당 이사, 데이비드 크레이그 맥커리자산운용사장으로부터 한국증시관을 들어봤다.

<> 주가전망 =사무엘슨 지점장과 헌세이커 이사는 이번 3.4분기에 큰장이 설 것으로 전망했다.

사무엘슨 지점장은 "900선 등정은 무리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세이커 이사는 "1,000선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4.4분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홀스버그 지점장은 "750~950 사이에서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대체적인 낙관론을 폈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기업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주가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머징마켓중 한국시장의 투자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레이그 사장은 720~900선의 박스권을 예측했다.

<> 악재와 호재 =이들 대부분은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상황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악재보다는 호재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다.

구조조정, 수급, 실적 등의 개선및 저금리 등을 주가 상승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런 이유로 한차례 유동성장이 설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헌세이커 이사는 "경제사정 악화얘기가 있으나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IMF 직후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크레이그 사장은 "미국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증시에 우호적"이라면서 "한국정부의 개혁의지가 살아있고 기업실적이 개선될수록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신사도 이젠 주식비중이 낮아 매도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급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저금리현상이 지속돼 시중자금이 유입되면서 돈의 힘으로 주가가 밀려올라가는 일시적인 유동성장세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자금시장불안과 노사관계 불안에 따른 구조조정 속도지연을 큰 악재로 지적했다.

헌세이커 이사는 "4.4분기 시장을 예측키 어려운 것은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물량이 무려 26조원에 달해 자금시장의 불안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크레이그 사장 역시 "최근 한국정부가 내놓은 10조원 규모의 채권펀드 설정 등의 채권시장 안정조치는 근본적인 해소책이 못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26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물량중 투자부적격 등급의 회사채가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정부가 추가로 채권펀드를 조성해야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사무엘슨 지점장은 "경기둔화로 기업수익이 낮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은행권의 구조조정이나 일부 기업의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악재"라고 밝혔다.

<> 투자유망 종목 ="아직 2차 구조조정이 불확실해 은행주에 대해선 중립적"이라는 헌세이커 이사와 사무엘슨 지점장의 전망이 눈길을 끈다.

헌세이커 이사는 "은행 구조조정결과를 보고 투자를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이그 사장은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여부"라며 "일시적으로 저가주나 중소형주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실적에 근거한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근호.김홍열 기자 bae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