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머니자문위원. 현대투자클리닉원장 >

왼발의 달인 하석주의 중거리 슛은 볼 때마다 통쾌하다.

그물이 철썩하는 순간 온천지가 들썩거린다.

특히 상대가 일본이면 더하다.

안방에서,서울역에서...

뛰고 구르고 소리치고...

보통 난리가 아니다.

붉은 악마들의 신나는 응원은 그 순간 우리의 흥을 더해 주는 조미료다.

그런데 무엇보다 그 환희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은 역시 신문선씨의 고함소리다.

"꼬~올! 꼬~~~올!"

체면이고 뭐고 다 잊은 채 마음껏 토하는 그 열광에는 코끝이 찡하다.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모습은 더 이상 해설자가 아니다.

이성을 잃은 동네 아저씨일 뿐이다.

골인 되고도 최소한 15초는 "꼬~올"을 외쳐야지 그 다음 말문이 이어진다.

축구를 향한 그의 이러한 열정이 있어 경기는 더 흥미롭고 하선수의 골은 더욱 빛난다.

주식도 해설자가 없으면 무성영화를 그림만 보는 것처럼 냉랭하다.

쉴 틈없이 읊어주는 열렬 변사들이 있어 흥미로운 것이다.

전망에서부터,생중계,총정리,녹화중계까지 종일 해설을 붙여주니 갑갑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그들의 그 정열은 수백만의 손님을 붙들어 놓는 큰 힘이다.

장이 뜰때는 마치 열 골을 달아 넣을 듯 흥분한다.

꼬꾸라질 때는 미드필드 부진,문전처리 미숙 등등 친절하게 이유를 찾아다 준다.

영 시들시들한 국면에는 체력저하,심리위축...하며 실망도 함께하고 위로도 해준다.

선수별 특기도 알려주고 팀 전체 대세판단을 해주기도 한다.

어느 한 게임도 전과 같지 않으니 날이면 날마다 할 말이 있다.

그래서 늘 열심히 말을 하다보니 틀릴 때도 많다.

기량향상으로 낙승이 예상된다고 했는데 내리 몇 골 먹고 졸지에 반토막이 나기도 한다.

전강후약의 전형적 약세장 운운했는데 전반전부터 펄펄 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해설가는 우리 투자자들의 영원한 친구요 위안자다.

그들을 쳐다보다 잠이 들고 날 새기가 무섭게 리모콘을 집어 그들을 찾는다.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답답할 때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는 건 당연지사다.

따라서 항상 전문가들의 입을 주시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는 한다.

문제는 그들에 대한 믿음이다.

그들 말대로 시장이 움직이고,그들을 따라가면 돈이 보일 것이라 믿는 어리석음이다.

마치 목사님을 하나님으로 착각하는 것과 흡사한 우매함이다.

아무리 지겹게 패가 안풀려도 의지할 곳은 아무데도 없다.

철저한 위험관리만이 대안이다.

해설자는 그냥 해설자일 따름이다.

하선수의 멋진 골과 한국팀의 승리를 목타게 기다리는 열성팬의 한 사람일 뿐이다.

주가가 올라 행복하길 소망하는 수많은 투자자중의 하나일 뿐이다.

단지 열정이 남다르고 아는 바가 풍부함으로 우리를 대신해서 열광하고 열망해 줄 뿐이다.

그들 자신이 공을 차고 시장을 좌우하는 건 아니다.

수많은 곡을 쓴 고이봉조 선생님도 당신 자신은 남부럽지 않은 음치였다.

구수한 목소리로 실제 국민의 심금을 울린 이는 가수 현미다.

신문선씨도 해설은 진정 명물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승리를 안겨주는 건 하선수의 그림같은 슛이다.

주식도 한가지다.

주식 전문가는 일종의 교사요 엔터테이너(entertainer)다.

그들의 해설은 알기 위해 듣고 재미삼아 보는 것이다.

우리가 조바심 내는 마지막 승부는 선수들이 지어준다.

돈을 놓고 뛰는 개미군단,기관포부대,외인구단,총 3백만의 선수들 말이다.

그들이 잘 싸워줘야 돈이 된다.

해설자는 운동장 밖의 구경꾼일 뿐이다.

선수와 해설자를 혼동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