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주가조작 "작전"을 벌인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검찰에 적발됨으로써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코스닥 작전 커미션"의 실체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코스닥 시장 주변에서 젊은 기관투자가들을 겨냥해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거액의 뒷돈이 처음으로 꼬리가 잡힌 셈이다.

코스닥에 등록할 때 아예 펀드매니저들과 짜고 주가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뒤 일반투자자들에게 던져버린다는 "시나리오"가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4일 구속된 펀드매니저 7명 중 일부는 검찰에서 "통상적으로 주가부양을 위해 1만5천주를 펀드 기금에서 매수해 줄 경우 2억원 정도의 커미션을 받는 게 관례"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검찰은 코스닥에 등록한 다른 벤처기업들의 주가상승 이면에도 이같은 커미션이 횡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펀드매니저들은 대부분 명문대 출신의 60~65년생으로 금융권 "386 엘리트"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들 중에는 한 때 증권업계 수익률 1위를 자랑했던 유명 펀드매니저까지 포함돼 있다.


<>작전=세종하이테크 대표이사인 최종식씨는 세종하이테크의 주식을 코스닥에 등록할 때 주당 5천원 짜리를 2만~3만원으로 끌어올려주면 15억원을 주겠다며 이강우 한양증권 명동지점 부지점장에게 주가조작을 부탁했다.

이씨는 이중 6억원을 자신이 갖고 나머지 9억원을 풀었다.

이씨는 친분이 있는 펀드매니저들을 포섭했다.

우선 한국투신 주식운용부 차장 임흥렬씨에게 이 회사 주식 4만주를 사들이라고 부탁한 뒤 실제로 매입이 된 뒤 사례비로 3억원을 건냈다.

대한투신 주식운용부 차장 백한욱(37)씨,대한투신 리스크투자부 차장 황보윤(40)씨,국은투신운용 주식운용부 과장 심우성(35)씨,국민은행 신탁부 과장 이종성(38)씨,전 삼성투신 주식운용부 과장 이익순(35)씨 등 다른 펀드매니저 5명도 가세했다.

이들은 세종하이테크 주식 1만~2만주씩을 사들여 주었다.

그에 다른 사례비로 각각 1억~1억5천만원씩 6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작이 벌어지는 사이 주가는 지난 1월 1만1천원선(액면가 5백원 기준) 하던 것이 3월말께 3만3천원까지 급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약 4백억원의 시세차익이 생겼다.

이들은 주가가 상투까지 오르자 자신들이 관리해 주는 개인투자자들의 계좌로 주식을 넘겨버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 됐다.

<>뒷돈 전달=이들이 주고 받은 커미션 규모가 최소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대에 달했던 만큼 전달수법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수사 관계자는 "자금전문가 답게 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든 뒷돈 거래는 철저하게 현금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돈을 전달할 때도 남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여의도와 을지로 대형 빌딩가의 지하주차장을 "접선장소"로 택했다.

그리고는 차 뒷 트렁크를 열고 1억원을 현찰로 가득 채운 검은 여행가방을 말없이 실어주는 방식으로 돈을 전달했다는 게 수사팀의 설명이다.


<>검찰 수사방향=검찰은 이런 사례가 세종하이테크 외에도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다른 투신사와 투신운용사로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 관계자는 "규모가 적은 코스닥 벤처업체의 경우 전체 주식의 4분의 1 정도만 작전을 펼치면 보통 2~3배 이상 주가가 뛴다는 게 펀드매니저들 사이의 통설로 통한다"며 "이미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문권.정대인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