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태도가 1백80도로 바뀌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줄기차게 순매수하다가 16일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동안 유일한 매수세력으로 그나마 장을 떠받쳤던 ''천사''가 ''악마''로 둔갑한 셈이다.

반면 이날 투신 증권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줬지만 적극적인 ''사자'' 분위기는 아니었다.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는 ''혼자만 심을 본듯'' 대거 순매수하던 외국인이 갑자기 변심한 이유는 뭘까.

새로운 전략의 일환인가.


<>삼성전자 집중 매도=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자그만치 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16일 1천8백4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 중에는 삼성전자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유럽계인 SBC워버그증권 창구를 통해 47만주(1천6백27억원)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가 싯가총액 1위(18.54%)종목이다 보니 시장충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향후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공세가 멈추지 않으면 종합주가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왜 파나=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은 대부분 차익실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를 과도하게 사놓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들어내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전병서 연구위원은 "펀드편입 한도를 넘게 삼성전자를 매입했다가 과도하다 싶어 차익을 실현하면서 다른 종목과 균형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평균 27만원대에서 사기 시작해 30%이상 수익을 냈으니 팔만 하다는 것이다.

SK증권의 강현철 조사역은 "게다가 내주의 투신사 부실규모 공개, 이달말께 은행부실규모 공개, 중견그룹 자금악화등 잠복됐던 여러 악재가 다시 부각되자 겸사겸사 팔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1천5백29억원 넘게 프로그램매수(선물매도 현물매수)세가 일었는데다 투신사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세로 돌아서 외국인이 매물을 넘겨주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고 그는 분석했다.

대한투신의 이재현 펀드매니저는 "투신사는 대량 환매에 대비해 주식을 팔아놓았던 자금으로 조금씩 순매수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투신사가 지속적으로 살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관망세 지속될듯=ING베어링증권의 빌 헌세이커 이사는 "차익실현(Profit-Taking)일뿐"이라고 했다.

그는 "5월말부터 모건스탠리(MSCI)지수내 한국투자비중이 줄어들었는데 6월초부터 외국인이 대거 순매수에 나섰다"며 "중견그룹의 자금악화, 7월의 싯가평가제, 투신사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순매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 연구위원도 "3.4분기부터 반도체가격이 본격 상승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단기차익 실현후 반도체주 재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펀드매니저는 "자금시장 불안지속은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은행권에 몰려있는 돈이 기업으로 돌수 있도록 당국이 시급히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국인과 투자자들에게 계속 불안을 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