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선언문이 합의되기까지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허심탄회한 대화와 성과를 거두겠다는 남북 당국자간 진지한 자세가 있었던 덕분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일반의 예상을 깨고 순안공항으로 직접 영접을 나와 적극성을 보였고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시내까지 55분간 같은 차량에 올라 서로를 파악하는 탐색전을 가졌다.

이어 점심무렵에는 1차 정상회담을 가졌고 좀더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다.

본격적인 대화가 오간 14일 단독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밀고 당기는 진통을 거듭했다.

김 대통령은 통일방안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김 위원장을 설득했고 김 위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펴다가도 남측의 설명이 합리적이고 민족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즉시 이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 김 위원장은 "나도 섭섭한게 있는데 말씀을 하겠다"며 그동안 남측에 대해 불유쾌하게 생각했던 사항들을 기탄없이 솔직하게 말했고 김 대통령은 오해가 있는 점에 대해 성의있고 진실되게 설명하는 식으로 김 위원장과 격의를 좁혀 나갔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시간이 3시간50분이었지만 3시간30분은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회담과정에서 진통이 적잖았음을 시사했다.

6시50분께야 공동선언의 5개항 합의가 이뤄졌지만 공동성명의 문안을 확정하는 단계도 쉽지 않았다.

북측은 김 위원장이 국방위원장 직책으로 형식적으로 국가원수가 아니라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명의로 서명하자고 주장했다.

남측은 "우리는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양측의 지도자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혀 결국 두 정상이 서명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문안은 두 정상이 목란관에서 만찬을 하는 도중인 밤 8시50분께부터 실무선에서 작성하기 시작했다.

초안에 대해 김용순 조선아태평화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보고해 김 위원장이 검토후 수정을 지시하면 이를 남측의 임동원 대통령 특보에게 설명, 임 특보가 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등 조율작업이 부산하게 이뤄졌다.

공동성명은 서명되기 10분전인 밤 11시10분에야 가까스로 만들어졌고 두 정상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11시20분 서명을 마쳤다.

서명을 교환하고 김 대통령은 이번 평양방문 기간중 가장 활짝 웃으며 만족감을 표시했고 김 위원장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두 정상은 방북 마지막날인 15일 오찬을 함께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를 약속하는 등 우애를 과시했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