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Boeing)선글라스,굽 높은 쿠바식 구두,카키색 셔츠."

JI 패션이 뜨고 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최근 TV와 신문지면을 통해 전격 공개된 이후 그의 패션이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국방위원장 선글라스"의 인기는 대단하다.

최근 2~3일 동안 서울 시내와 대학가의 안경점에는 이 스타일의 선글라스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명동지하상가에 밀집한 안경점 주인들은 "색색깔의 국방위원장 선글라스를 찾는 2,30대 고객들이 적지 않아 주문량을 더 늘렸다"고 입을 모았다.

커다란 사각 금속테에 렌즈 색상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옅어지는 이 스타일은 비행기 조종사들이 즐겨썼다해서 "보잉 선글라스"로 불린다.

"미녀 삼총사" "육백만불의 사나이"등 70년대 TV에 방영됐던 외화의 주인공들이 즐겨 착용했던 대표적인 복고풍 패션아이템이다.

카키색 열풍도 거세다.

의류 브랜드의 카키색 셔츠,카키색 바지 등은 그렇지 않아도 잘 나가던 품목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판매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또 이와 비슷한 컬러인 짙은 베이지나 흐린 국방색 등 "군복 색깔"들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LG패션 디자인실의 김승희 실장은 "바지와 티셔츠뿐 아니라 조끼와 점퍼 등 거의 전 품목에서 카키색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고 전했다.

일주일전보다 판매율이 40%는 올랐다는게 그의 말이다.

또 구두매장에는 쿠바 카스트로가 즐겨 신던 뾰족한 코에 높은 굽 신발을 주문하는 남자 고객들이 늘어나는 등 JI 패션 열풍이 일고 있다.

패션전문가들은 "언뜻 보기에는 김 국방위원장이 외모에 별로 신경을 안쓴 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체형을 커버해주는 잘 계산된 패션 센스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양쪽에 갈매기(V자형)모양의 라펠(주머니 덮개)이 달리고 지퍼가 부착된 카키색 점퍼는 배가 나온 것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또 허리에서 무릎까지는 좁아지다가 무릎 아래에서 폭이 넓어지는 "부츠컷 스타일"의 바지는 높은 굽 구두와 함께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또 "보잉선글라스와 카키색은 올초부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단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인기몰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