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4일 발표한 "남북공동선언"은 한반도를 화해와 통일로 이끌 기본설계다.

남북이 이날 장시간의 논의 끝에 합의한 이 선언은 자주적이며 평화적인 통일, 경제협력을 비롯한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 활성화를 통한 신뢰회복, 이산가족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사안 등 남북간의 현안을 두루 담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남과 북이 힘을 함쳐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통일방안과 관련,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연방제" 안이 공통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키로 한 점은 주목할만한 성과다.

남북한은 지금까지 경쟁적으로 서로 다른 통일방안을 내놓고 상대적인 우월성을 주장해 왔다.

때문에 분단 이후 지금까지 숱한 통일방안이 나왔지만 그 어느 것도 남북 모두의 통일방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김 대통령은 집권하기 전부터 남북연합-연방국가-통일국가로 이어지는 3단계 통일방안을 구상해 왔다.

북한 역시 1980년부터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 즉 연방제안을 통일방안으로 내놓고 있어 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따라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경제협력을 비롯한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방식의 통일을 위한 기초작업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로 함으로써 향후 남북한의 경제교류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하기로 한 점은 김 대통령이 제기한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남측은 앞으로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적극 참여하는 등 북한경제 회생 작업에 적극 동참하게 됐다.

이산가족과 비전향장기수 문제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해결키로 한 것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 꼽을 만하다.

오는 8.15 광복절에 즈음해 이산가족.친척의 방문단을 교환하게 되면 남북의 화해무드를 피부로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납북어부 등 납북자들에 대한 송환조치가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또 남북이 이날 합의사항을 조속히 이행하기 위해 당국간 대화를 열기로 함으로써 남측이 주장해온 당국간 대화가 정례화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되지 못한 부분을 계속 논의하기 위한 당국자간의 회담이 여러 채널에서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또 교류가 활발해지면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나 남북공동사무소 운영,상주 대표부 교환 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정상간의 핫라인은 물론 당국간 직통전화도 상설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는 지난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이행하는 단계로 들어서게 돼 본격적인 통일과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두 정상이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은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논의한 결과다.

날짜를 잡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기로 한 것은 남북간 화해와 교류분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