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 대표들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해법에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우리측은 이산가족상봉 경제협력 등 양측간 다양한 현안을 구체화 하며 하나씩 풀어가자는 실용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북측은 "통일"이란 대전제를 놓고 접근하는 포괄적 자세를 취했다.

이는 평양방문 첫날인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행한 만찬사에서 잘 드러난다.

이날 오후 7시10분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자주적 선택과 애국의 결단으로 마련한 뜻 깊은 상봉"이라며 북측의 노력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그는 이어 "공동의 관심사인 나라의 통일을 위하여 의의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길 바란다"며 북측의 관심사가 "통일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직이 비록 명목상이기는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란 사실을 감안할때 그의 발언을 무시할 없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반면 김 대통령은 "이번 평양방문을 계기로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남북한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자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문제 해결에 현실적 접근 방식을 제시한 셈이다.

특히 김 대통령은 "자주적 선택과 애국적 결단"으로 정상회담의 의의를 평가한 김 위원장과 달리 "회담을 계기로 7천만 민족이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신뢰구축 조치 등을 마련할 것을 우회적으로 역설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측은 <>이산가족 상봉 <>당국자간 대화채널 신설 <>한반도 평화 안정체제 구축을, 북측은 "자주적 통일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양측의 해법에도 시각차가 들어난다.

남측은 남북관계의 현구도를 바탕으로 이산가족 상봉 및 한반도 평화 안정체제 구축 등 현안을 보완해 나가자는데 반해 북측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통일"로 인식하고 이 문제부터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은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제, "민족애의 열정을 가지고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남북한은 지난 세기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남측이 금강산관광, 서해공단 등을 예로 들며 지난 2년간 남북관계가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한 반면 북측은 "외세의 간섭과 사대주의로 인한 민족수난기"라고 정의했다.

남북한 두 정상이 이같은 시각차를 앞으로 어떻게 좁혀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