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이 드디어 만났다.

분단 55년만에,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 상봉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3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두손을 맞잡음으로써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난 55년간의 대립과 갈등을 털고 평화공존과 화해.협력 및 교류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은 이날 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으로 가는 차안에서 사실상 첫 회담을 시작했다.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하기까지 55분간 두 정상은 여러 얘기를 나눴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차안에서 김 국방위원장은 지난 94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전주석간 정상회담이 계획됐을 때 김주석의 당시 심정이 어떠했다는 얘기를 전했고 김 대통령은 연도의 시민들이 따뜻이 환대한데 대해 감사했다.

두 정상은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서도 기념촬영을 한 뒤 곧바로 1차회담을 시작했다.

예상과 달리 확대정상회담이었고 내용도 회담후에 공개됐다.

김 대통령은 "6월13일은 역사에 당당하게 기록될 것"이라며 남북정상간 첫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자랑을 앞세우지 않고 섭섭하지 않게 해드리겠다"며 "김 대통령 일행의 방북길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김 대통령이 왜 방북했는지, 김 위원장은 왜 승낙했는지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박3일동안 대답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온 장관들도 이를 위해 기여해달라는 그의 말은 확대정상회담이나 당국자 회담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국방위원장이 이날 파격적인 예우로 김 대통령을 맞은 점도 고무적이다.

이같은 환대분위기로 봐서 회담결과에 대한 어느 정도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협이나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시급하고 절실한 사안인 만큼 실질적 진전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회담의 앞길을 밝게 하는 것은 두 정상과 대표단이 기탄없이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서 의견을 나누기로 한 점이다.

따라서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정착, 당국차원의 경협확대, 이산가족 문제 해결, 당국간 대화 정상화 등 김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서 제기한 내용은 물론 북측이 주장하는 이른바 "근본문제"까지도 두루 논의할 수 있게 됐다.

13일의 2차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