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3일 평양 순안공항으로 김대중 대통령을 맞으러 나온 사실은 "파격적 예우"로 평가된다.

국가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영접하러 나오리라는 당초 예상을 깬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과 동승해 백화원 숙소를 향했고 직접 그곳을 안내하는 열성을 보였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측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서 외국 고위인사를 직접 맞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김영남 위원장,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서열3위),홍성남 내각총리(4위),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등 북한 최고 수뇌부를 대동하고 김 대통령을 맞았다.

서구의 경우 국빈방문이라 할지라도 대부분 장관급 인사가 공항으로 마중나오는게 관례다.

북한에서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국빈방문때만 직접 영접한 적은 있다.

지난 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을 만나러 평양을 방문했을 때도 김영남 당시 부총리 겸 외교부장이 마중나올 정도다.

이같은 파격적인 예우는 정부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김 국방위원장이 사실상 남한의 실체를 인정한 셈"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김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이 의장대 사열을 한 것도 그동안 묵시적으로 "특수관계"로만 인정되온 남북관계가 공개적인 의장행사를 통해 국가대 국가 관계로 새롭게 규정되도록한 계기로 평가된다.

북한의 공항 의전행사는 국가 원수나 원수급에 준하는 "VIP"들을 최고 예우로 대접한다는 의미에서 실시된다는게 외교부 관계자의 전언.때문에 북한도 김 대통령을 남한의 국가원수로 인정하고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고 정부측은 설명하고 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