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 관계자들은 북측의 준비상황에 대해 이렇게 입을 모은다.

북측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소한 것까지 챙기면서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일정을 하루씩 순연한 것도 완벽한 준비를 위해서라는 얘기다.

북측은 우선 평양시내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파인 곳을 대대적으로 보수한 것은 물론 건물의 바깥벽을 새로 칠하고 간판도 정비하는 등 깔끔하게 단장했다고 최근 평양을 다녀온 인사들은 전했다.

평양에 체류중인 외국인들은 정상회담 기간에 평양바깥으로 떠나도록 하고 지방주민들의 평양출입도 통제한다는 전언이다.

김대중 대통령 일행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호문제를 고려한 조치인 듯하다.

북한은 또 남측 대표단이 귀로에 이용할 평양-개성간 고속도로도 일찌감치 보수하고 길옆 농가주택들도 전원주택처럼 깨끗하게 정비했다.

남측 대표단을 위한 배려도 세밀하다.

우선 안내방식을 1대 1의 밀착감시형에서 집단안내방식으로 바꿨다.

남측 대표단이 작은 성의표시로 선물도 "공개적으로 준다면 고맙게 받겠다"는 입장이다.

남측 인사를 대하는 태도가 그만큼 부드러워졌다.

대표단이 묵을 숙소에는 방마다 비단이불을 깔고 살물결(스킨로션)물크림(밀크로션) 등 세면용품 일체를 갖춰 놓았다.

선발대로 평양을 다녀온 서영교 통일부 국장은 "선발대가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면 북측은 즉각 이를 시정하고 지휘계통을 통해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매우 우호적이고 적극적이었다"고 밝혔다.

회담장과 관람지 등을 모두 복수로 제시해 남한의 선택폭을 넓혀 줬다.

북측이 이처럼 정성을 쏟는 것은 이번 회담에 대한 김 국방위원장의 의지가 그만큼 굳다는 것을 입증한다.

남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경제회복이나 국제무대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김 국방위원장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언론매체들이 회담개최 발표에서부터 준비.실무자접촉은 물론 교체된 선발대 인원의 서울 도착사실에 이르기까지 정상회담 준비과정을 소상히 전한 점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박재규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우리측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하는 등 성의를 다해 준비했다"고 전했다.

이정빈 외교부 장관도 "선발대의 말을 들어보면 의전에 있어서도 국제적 관례에는 다소 맞지 않더라도 성심성의껏 손님을 맞으려는 마음가짐만은 분명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북측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김 대통령의 회담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도 회담개시 전날인 12일 "북한도 성의를 다해 회담을 준비해 왔다"며 북측의 성의에 감사를 표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남북한은 지난 4월8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한 이후 65일동안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남측은 그동안 실무회담과 실무접촉 선발대파견 남북한간의 대화 등을 통해서 회담을 준비해 왔으며 (기자) 여러분도 고생을 많이 했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과 북은 회담 준비를 위해 긴밀한 협의와 토론을 거쳐 일정을 준비해 왔으며 준비가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