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등록(상장) 예정기업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공모주가 우선 배정되는 투신사들의 "특혜 펀드"들이 오히려 공모가 거품을 부추기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와 후순위채(CBO)펀드등이 기관투자가 대상 예비청약(수요예측)등에서 과당 경쟁을 벌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놀랄 만한 높은 가격을 써내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1일부터 6월2일까지 공모주 청약을 실시했거나 실시할 예정인 34개사중 16개 기업의 최종 공모가가 당초 공모희망가보다 50%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증시사상 두번째로 높은 공모가를 기록해 화제를 뿌렸던 옥션의 경우 지난 5월16일의 수요예측에 앞서 공모희망가를 2만원(액면가 5백원)으로 제시했다.

주간사 증권사는 굿모닝증권이다.

그러나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확정치)는 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회사의 수요예측에는 7백56개 기관이 참가했는데 이중 투신권의 하이일드펀드가 3백3개,CBO펀드가 1백82개로 전체 참가기관의 64%를 차지했다.

특히 하이일드펀드중 2백71개가 3만5천~4만5천원의 가격을 써냈고,CBO펀드중 1백81개사가 이 가격대에 물량배정을 신청했다.

특히 대한투자신탁은 옥션의 적정주가를 2만3천원 내외로 분석하고도 수요예측때는 훨씬 높은 가격을 써내 증권가에 충격을 주었다.

증시사상 최고의 공모가를 기록한 네오위즈의 수요예측(주간사 현대증권)에도 하이일드펀드 2백83개와 CBO펀드 1백49개가 참가했는데 이들 기관이 써낸 가격대는 3만5천~3만8천원(액면가 1백원)으로 공모희망가인 3만원보다 16~26% 가량 높았다.

A증권사 기업금융팀장은 "공모주가 우선배정 펀드들은 기관투자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공모가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기관투자가들의 과당 경쟁을 막기위해 지난 2월에 내놓은 수요예측 보완책도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해 비판대상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최종 공모가의 1백20%를 초과하는(신청수량이 공모주식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신청분을 물량배정에서 제외토록 지시해 공모가 거품을 줄이려 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것외에 특별한 손해가 없다.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대응책은 현실감각이 결여된 정책으로 오히려 증권가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공모주식 배정시 수요예측 참가기관의 분석능력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를 제대로 분석하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인수팀 관계자들은 "기초자료인 사업설명서조차 제대로 읽지 않고 청약하는 기관도 많다"고 말했다.

기관이 공모주식을 장기보유해 등록후 주가안정에 기여하는 역할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개인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의무보유기간에 따라 공모주식을 차등배정토록 권고하고 있지만 3개월 이상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고 인수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