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는 대표적인 장기 소외주로 분류된다.

대부분의 종목이 액면가(5천원)를 밑돌고 있을 정도다.

IMF(국제통화기금)때보다 주가가 낮은 기업도 수두룩하다.

간혹 반등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투자자들의 의심스런 눈길은 여전했다.

너무 저평가돼 있는게 아닌가하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긴 하지만 선뜻 매수하기엔 뚜렸한 매력이 없다.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첨단산업도 아닌데다 실적이 타업종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낙폭과대"가 유일한 호재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가지는 대목이다.

건설주는 또 대중적인 성격이 강한 종목이다.

국내기관이나 외국인보다는 개인투자자의 선호도가 훨씬 높다.

개미들의 한이 서려 있는 업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여기에서 나왔다.

이런 건설주가 최근 꿈틀대고 있다.

모조리 상한가 근방으로 치닫는 날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때는 지금이다"라고 건설주를 덥석 잡기엔 아직 주변환경이 완전히 영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향후에는 건설주내에서도 차별화경향이 짙어질 것으로 보여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 건설주 주가동향 =건설업종지수는 현재 50~60 근방을 오르 내리고 있다.

올해초 117.94였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IMF때와 별반 달라진게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7월 정점을 이룬 이후로 꾸준히 미끄럼을 타고 있다.

업종을 대표하는 종목들도 대부분 연초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올해초 6천2백50원이던 현대건설의 경우 지금은 3천원선에서 머물러 있다.

대림산업과 LG건설도 사정은 비슷하다.

몇달째 액면가 아래에서 바닥을 기고 있다.

<> 건설주 소외배경 =건설주의 가장 큰 약점은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다.

정부나 공공단체의 투자비중도 큰 폭의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고 민간건설부문의 성장도 과거 10년간의 주택공급으로 인해 제한적이다.

대규모 증자로 물량부담이 늘어났다는 점도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는 개선됐지만 주가의 상승탄력은 현저히 줄어 들었다.

코스닥시장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증가도 건설주에 타격을 입혔다.

은행 증권주 등과 함께 대표적인 대중주라는 점에서, 일반투자자들이 코스닥으로 몰려 갔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 종목에 대해 주목하는 세력이 줄어 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꼬리표처럼 늘 붙어다니는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도 주가상승의 발목을 잡아 왔다.

업종의 특성상 차입금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 2000년 실적전망 =공공건설부문보다는 민간건설부문이 실적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합친 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19.1%(건설협회 추정치)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건설회사의 전체 매출도 5.9%(대한투신 추정치)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증권업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올해 신규 계약액은 지난 97년의 72%에 불과한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도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전망이다.

IMF이후 단행한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올해 건설회사들의 실적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대규모 증자로 인한 물량증가가 이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 투자포인트 =남북경협이 최대 관심거리다.

북한의 현재 인프라수준을 감안할 때 수요는 무궁무진하다는 낙관적인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달 중순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향후의 구체적인 대북사업계획이 발표되면 건설업체가 증시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주가를 일정수준이상 밀어 올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근에 불고 있는 자사주 매입바람도 주목할 대목이다.

최근 한달간 LG건설(2백억원) 태영(1백6억원) 한라건설(1백억원) 중앙건설(4억2천만원) 현대산업개발(2백억원) 등이 자사주 취득공시를 냈으며 다른 건설사들도 주가부양을 위한 대책을 검토중이다.

가장 오랫동안 소외받았다는 것도 주가상승을 기대하게 하는 무시못할 재료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건설업종의 경우 어느 업종보다도 낙폭이 컸다는 점에서 증시의 수급상황이 개선되면 우선적으로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