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현대그룹 쇼크"가 진정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이날 장중 초반 3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가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겨우 하락폭을 줄였다.

투신사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순매도를 지속했다.

외국인도 순매수 규모를 줄였다.

정부.채권단과 현대그룹의 줄다리기가 팽팽해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개인들은 은행주와 증권주를 활발히 사들이고 있지만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외국인 움직임=지난달 27일 현대투신이 도화선이 돼 불거진 "제1차 현대그룹 쇼크"때와는 다소 다른 매매패턴을 보이고 있다.

당시엔 무려 2천2백79억원어치의 한국주식을 순매도해 큰 불안감을 보였다.

그러나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문제가 가시화된 지난 26일에는 9백3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9일에도 1백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대해 ING베어링증권의 빌 헌세이커 조사담당이사는 1,2차 쇼크를 구분해 설명했다.

"1차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정부와 현대그룹 채권단,현대그룹이 신속히 대응책을 내놓았고 해결의지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이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현대그룹 전체의 유동성 악화로 문제가 확산될 가능성이 낮고 대우그룹과 달리 수익성이 좋은 계열사가 많다는 점도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투신사 움직임=투신사등 국내 기관은 외국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급이 취약한데다 투자심리마저 불안한 상황에서 외국인이 "팔자"로 나오면 주가가 걷잡을수 없이 미끄러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주가반등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대사태가 현대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영권 동양오리온투신 주식1팀장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목은 현대계열사의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 벌어질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현대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여타 기업에까지 악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점이라는 설명이다.

투신사들이 이날 9백28억원어치의 매도우위를 보인 것도 현대그룹과 정부와의 대립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망=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권지훈 부장은 "외국인이 1차 쇼크 다음날과 그 다음날 각각 2천억원 이상씩을 순매수한 적이 있다"며 "현대그룹이 어떻게 추가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외국인은 저가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빌 헌세이커 이사도 "바닥권이라는 인식이 외국인 사이에 확산되고 있지만 현대그룹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짙은 관망세로 일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동식 미래에셋펀드매니저는 "현대문제가 큰 무리없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해결과정에서 증시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아 주식을 공격적으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주식형.뮤추얼펀드로 신규자금 유입이 중단된 상황에서 매수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는게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현대사태가 장기화되고 그 결과 금융경색이 확산될 경우 주가는 한차례 더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몸조심을 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