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극은 웬만해선 다 재미있다.

사람사는 얘길 하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끝난 김수현작 "불꽃"은 만남,이별,기다림, 그리고 다시 만남으로 막을 내린다.

각각 약혼자가 있는 주인공 두 남녀는 우연히 해외여행중에 눈이 맞아 몰래 계속 만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국 현실의 거센 파도에 밀려 미리 약속된 각자의 길로 뒷걸음질친다.

시선은 여전히 서로를 향한 채...

쉬운 만남에 비해 이별은 너무나 큰 고통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이별보다 더 힘든 건 기다림이다.

E메일 박스를 열때마다 문득문득 저며오는 은은한 기다림은 고통 그 이상이다.

끝내 두 가정은 파경을 맞고 서로의 이혼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그 길로 다시 만나 못다한 불꽃을 피운다.

그런데 TV 연속극보다 더 재미난 것이 주식 연속극이다.

8백만 주인공들이 피우는 불꽃은 연인들의 사랑보다 더 뜨겁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클라이맥스다.

애인은 버려도 주식은 못버리는 것이 그들의 주식사랑이기에 또 내일 스토리가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대부분이 이별보다는 사랑을 선택하여 뼈아픈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만신창이가 되어 전신이 붕대로 휘휘감긴 지금에도 그 정열은 변함이 없다.

그러기에 나락의 끝까지 그 사랑을 부둥켜 안은채 떠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별이란 단어를 잊어버린 것처럼...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입술을 깨물며 모진 이별을 선언하는 이들이 간혹있다.

훌훌 다 털고서 한동안 잊고 지내노라 말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고독은 대개 오래가지 않는다.

사랑이 코앞에서 출렁출렁 손짓하는데 더 이상의 기다림은 고통을 넘어 고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다시 불타고 활활타는 그 불꽃속에서 그들은 그 사랑과 함께 재가 된다.

실제로 나에겐 거의 재만 남은 친구가 하나있다.

지난 십수년간 하루도 쉬지않고 뜨겁게 주식과 열애를 나누었던 친구다.

며칠전에 전화가 왔는데 하는 말이 걸작이다.

"니 강의를 들을 때마다 다짐을 해 보는데도 막상 부딛히면 도저히 안된다.

이번에도 니 말대로 진작에 손절매하고 쉬었어야 되는 건데 고집부리다가 완전히 망했다.

반동가리(토막)난 상태에서 또 6일 연속 하한가 맞고 나니까 오늘 한번 상한가를 쳐도 아무 느낌이 없다.

원칙이고 뭐고 지킬라해도 인자(이제) 필요도 없다.

계란을 나누어 담을라 해도 남은 계란이 있어야지.

바구니 안에 보니까 인자 계란이 한개밖에 없다"

주식투자는 한편의 긴 드라마다.

만남과 이별과 기다림의 묘를 조화롭게 엮어내는 자에게만 해피엔딩이 있다.

내일이 당장 마지막회도 아닌데 뭘 그리 집착하는가.

그렇잖아도 인생이 고통덩어린데 왜 주식마저 날 괴롭히게 내버려 두는가.

주식이 괴롭히면 주식을 버리자.

힘들고 지칠때는 윤시내의 노래를 부르자.

"...지쳐버린 내 영혼 조금씩이라도~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벗어나고파~"

[ 김지민 한경머니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