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다시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새한그룹의 워크아웃 신청과 대영포장의 화의신청, 이어 터진 현대그룹에 대한 긴급자금지원은 바닥을 찍는듯 하던 증시를 다시금 칠흙같은 어둠속에 빠뜨렸다.

자금악화설이 유포되다 결국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을 몇 차례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불안감은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까지 3일 연속 급반등하며 바닥권 인식에 대한 희망을 안겨줘던 금융주가 이날 급락세로 돌아선 게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지 ''쇼크''선에서 진정시키려면 구조조정를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가추이=26일 증시에서 현대그룹주는 현대정공 2우선주를 빼고는 나머지 23개 상장 종목이 내림세를 보였다.

이중 건설 강관 상선 등 등 12개 종목은 가격제한폭까지 내리꽂혔다.

현대그룹주의 급락세는 최근 상승세를 보였던 금융주와 중견 그룹주로 불통이 튀었다.

은행주는 조흥은행만 오름세 였을뿐 나머지 종목들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증권주는 40개 상장종목가운데 26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 지수버팀목이 돼야할 싯가총액 상위사들도 맥을 못추긴 마찬가지였다.

이날 시장에서는 ''어느 어느 그룹사가 위태롭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다.

현대그룹주는 지난 달 초에도 현대투신증권의 부실문제로 증시에 쇼크를 일으킨 적이 있다.

현대그룹주는 그렇지 않아도 단순 평균주가가 5천5백65원으로 연초보다 53.57%나 빠져있는 상태다.

여기에 자금악화설이란 악재가 겹쳐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영향과 전망=향후 장세전망은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먼저 현대그룹의 자금난이 그리 심하지 않을 경우 다음주 중반께 반등을 시도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외국인들이 ''현대쇼크''의 와중에서도 이틀째 순매수한 것은 현대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대에 대해선 당좌대월 한도를 늘려줬을 뿐"이라며 "특히 정부가 "총대"를 메고 있는 형국인데다 지난 24일의 장중 저점이었던 643를 지켰낸 것은 괜찮은 징조"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강현철 SK증권 조사역은 "대우사태에 데인 투자자들이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하고 있는 느낌"이라면서도 "금융이 아닌 기업자체의 부실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달기 시작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말에 정부와 현대측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가 다음 주 증시가 재차 반등할 수 있을지를 재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팀장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것은 구조조정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조조정을 시급히 단행하는 게 유일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