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이 낮은 B급 회사채의 거래마비 현상은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지연과 그에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주된 원인이다.

시중자금이 우량 은행으로만 몰리고, 그 결과 금융기관간 자금흐름이 매끄럽지 못해 나타나는 동맥경화 현상이 근본적인 배경이라는 이야기다.

회사채거래 마비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중견기업의 자금압박은 물론 투신사 하이일드.CBO(후순위채)펀드 부실화, 투신사 구조조정 차질,금융시장 불안 증폭 등의 악순환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를 차단하려면 정부가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게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회사채 시장급랭과 파장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중견그룹 계열 A기업 회사채 1백억원어치가 매물로 나와 있지만 일주일째 매수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영업실적이 우수한 멀쩡한 기업인데도 B급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래가 되지 않고 있으며 프리미엄(가산금리)이 붙어도 쉽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제2의 새한"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증시에서는 5대그룹을 제외한 상당수 중견그룹이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해당기업의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한 증권사 채권브로커는 "중견기업에 대한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될 경우 6~8월 집중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의 차환발행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 은행은 만기도래 회사채를 상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견기업의 연쇄 자금악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문제는 일련의 사태가 중견기업의 자금압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B급 회사채를 집중 편입하고 있는 투자신탁회사의 하이일드.CBO펀드가 변수로 등장했다.

중견기업의 자금악화가 현실화되고 "제2의 새한"이 속출할 경우 하이일드.CBO펀드는 대규모 부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하이일드.CBO펀드의 잔액은 25조원에 달한다.

하이일드의 부실징후가 포착될 경우 대우채권 환매같은 대량 자금 인출도 배제할수 없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유일한 자금줄이었던 하이일드.CBO펀드에 문제가 생기면 투신사 구조조정은 원점으로 돌아갈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신탁재산의 클린화(부실채권 정리)를 끝낸 한투 대투가 또 다시 상당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 원인및 대책 =B급 회사채 거래마비는 새한그룹 워크아웃, 영남종금 영업정지, 주가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융시장 불안감으로 시중자금이 우량은행의 예금(고유계정)으로만 몰리는 동맥경화 현상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권경업 대한투신 채권부 부부장은 "우량은행의 예금으로만 돈이 몰리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채권을 주로 사는 투신사및 은행 신탁계정에서는 자금이 이탈, 매수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은행 고유계정은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높은 회사채를 기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금융시장 전반의 신용경색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막기위해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강도높게 실행에 옮겨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신사 한 펀드매니저는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은 과감하게 퇴출 내지 합병시키는 조치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