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안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과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22일 각각 증권사 사장단회의와 투신사 사장단회의를 가지면서 불안심리 진정에 나섰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말았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동반 폭락, 각각 700과 130이 무너졌다.

원화가치 하락세(환율상승세)도 지속됐다.

미국증시하락 유가상승 등 국제적 요인만으로도 가뜩이나 불안한 마당에 금융권 구조조정 지연 등 국내적 요인마저 꼬일대로 꼬여 금융불안 양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경제가 자칫 악순환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시장을 살릴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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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이 겹쳤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매물이 쏟아졌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691.61을 기록,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700선이 힘없이 무너졌고 코스닥지수도 순식간에 1백30을 하향 돌파했다.

나올수 있는 악재가 모두 표출된 결과다.

실제 증시주변을 돌아보면 좋은 징후는 찾기 어렵다.

해외요인으론 미국주가가 미끄럼질을 계속하고 있다.

각종 지표들이 여전히 과열을 예고하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다음달에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전망이다.

국제유가의 오름세도 멈출 기미가 없다.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유일한 증시의 지지대였던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마저 흔들리는 조짐이다.

지난 1~4월중 무역수지는 7억7천만달러 흑자에 그쳐 작년 같은기간(70억9천만달러)의 10분의 1로 줄었다.

기업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환율및 금리 유가상승 등의 변수로 인해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계 분석기관들은 앞다투어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증시 내부적으로도 모든 것이 꼬여 있다.

투신사및 뮤추얼펀드가 증시에서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외국인의 매도 전환도 심상치 않다.

유일한 돌파구로 기대되던 정부의 대책도 "역시나"였다.

한국투신및 대한투신에 이달중 2조원을 투입한다는 진전된 방안은 나왔지만 증시의 숨통을 트이게 할수 있는 직접적인 수요진작방안은 없었다.

뮤추얼펀드 만기연장에 대해 긍정적 사인이 나왔지만 "호수에 돌던지기"에 불과했다.

"투신사및 뮤추얼펀드가 시장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직접적인 시장진작책이 없다보니 투매현상이 나타났다(이종우 대우증권 연구위원)"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태가 지속될 경우 주가는 장기적인 하락추세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당장 650이나 600선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종합주가지수가 600선까지 떨어지면 증시를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힘들어지고 시장금리가 상승,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장인환 KTB자산운용사장)"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자칫하면 "주가하락->채권발행증가->금리상승->환율상승->워크아웃기업속출->구조조정지연"이란 악순환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이들은 따라서 정부가 거시.미시적 대책을 빠른 시일안에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투신사와 은행의 구조조정을 가능한한 빨리 추진하고 M&A(기업인수합병)를 용이하게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구재상 미래에셋 상무)"는 것이다.

아울러 단기적인 수요진작책으로 "6,7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뮤추얼펀드의 만기를 연장하도록 하고 투신사에 신상품을 허용, 주식형펀드에서 빠져 나오는 돈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장)"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