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둑이 왕초보다.

군대 말년에서 이후 하숙까지 내리 몇 달 두어 본 게 거의 전부니 급수를 논하기조차 부끄럽다.

이처럼 형편없는 실력에 비해선 나는 누구보다 바둑을 좋아한다.

어디서 바둑알 또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본능적으로 다가가서 기웃거리니 말이다.

그리고 한 번도 맞추진 못했어도 신문 한 귀퉁이 묘수풀이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실력은 여전히 바닥이지만 최근에는 이 바둑이 전보다 몇 배로 흥미롭다.

바둑채널,인터넷바둑 등으로 더 가까워진 바둑이 쳐다보면 볼수록 그 이치가 주식투자와 똑같기 때문이다.

바둑의 하수나 투자의 하수나 하수가 되는 비결은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무슨 얘긴지 하나씩 보자.

첫째,바둑의 고수는 철저히 아생연후살타다.

내가 우선 살고 난 뒤에 상대를 친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마가 잡혀 크게 깨지는 법은 좀처럼 없다.

얄미울 정도로 잘 피해 다니고 져 봐야 겨우 세 집 반이다.

코피는 나도 코뼈는 깨지지 않는다.

반면에 하수는 생사불문살타다.

죽는지 사는지도 모르고 큰 거 한 놈을 잡으러 나선다.

지옥 끝까지 좇다 보면 염라대왕 앞에 와 있는 사람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손절매도 모르고 대박만 좇다가 최고의 고수,위대한 시장에 KO패 당하는 것과 같은 꼴이다.

대우사태에 반 토막,미국시장과 투신문제로 깡통.불계패다.

둘째,고수는 냉정하다.

어차피 잡힐 놈 같으면 그 놈만 주고 만다.

단 한 놈의 응원군도 더 보내지 않는다.

그래서 고수들은 사석이 별로 없다.

반면 하수는 정이 많고 의협심이 강하다.

한 놈이라도 우리 편이 잡히는 걸 못 참아 낸다.

한 놈을 살리려고 또 한 놈을 보내고 또 몇 놈을 보내고.

결국은 소대가 전멸한다.

12만원에 매수한 S기술을 10만원에 또 사고 8만원에 물타기하고 6만원에 또 물타기하고.

주는 김에 키워서 후하게 줘 버린다.

망하는 김에 깡그리 망해 버리는 것이다.

셋째,고수는 집념이 없다.

머리 아프면 손을 빼고 다른 데로 간다.

시간 나면 돌아와서 다시 보고 그래도 복잡하면 또 딴 데로 가 본다.

그런데 하수들은 집요하다.

한 곳이 해결되기 전에는 그 넓은 반상에 다른 곳은 쳐다도 안 본다.

1만원에 산 H건설이 본전 되기 전에는 수백 종목 다른 주식은 안중에도 없는 것과 너무 흡사하다.

수십 배,수백 배 뛰는 놈들이 수두룩한데도 3천원까지 내려와 버린 그 놈의 H건설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다.

만원이 되는 날까지는 전신마비 상태다.

마지막으로,고수는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는 게임에서 더 많은 걸 배우는 줄을 알기에 오늘 패배가 두렵지 않다.

오늘 지고 앞으로 이기면 되니까.

이에 반해 하수는 지는 것이 싫다.

따라서 상대를 골라도 늘 하수만 고른다.

그러니 실력이 늘지 않고 만년 하수다.

주식도 꼭 한가지다.

하수는 언제나 내가 사면 상투고 내가 팔면 바닥일 것처럼 불안해서 고점매수,저점매도는 꿈도 못 꾼다.

그래서 절대 안 지기 위해 먹으면 얼른 팔고 깨지면 기다리다 보니 수면 위로 코 한 번 못 내밀어 보고 늘 잠수상태다.

주식이 뭐 별난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진리는 높은 곳에 있지 않다.

골치 아프게 뭘 고매한 경제학이니 기업분석 책을 꺼내 놓고 씨름하는가?

평범하게 세상 사는 이치로부터 배우라.

바둑판을 꺼내 놓고 검은 돌 흰 돌을 번갈아 놓아 보라.

[ 김지민 한경머니 자문위원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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