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딱히 테마주라고 부르기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작년 7월 대우사태이후 은행주를 들고 쓰라림을 맛본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주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코앞에 닥친 제2차 은행구조조정 때문이다.

최근 시장의 관심은 투신구조조정이었다.

이제 현대투신을 마지막으로 투신구조조정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적어도 투신사 구조조정의 방향은 잡혔다.

따라서 금융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제 금융계에는 온갖 은행권 구조조정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때맞춰 미국 등 세계증시에서도 은행주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논란이 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힘입어 전통가치주의 대표격인 은행주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런 여건을 감안해볼때 은행주가 조만간 테마주로 떠오를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부는 "올 하반기 테마주는 은행주"라고 서슴없이 단언할 정도다.

구조조정의 향방과 폭에 따라선 은행주는 큰 시세를 낼수 있다는 얘기다.

과연 은행 구조조정의 향방은 어떠할까.

이에따라 은행주는 어떤 궤적을 그리면서 움직일까.

<> 은행주 주가흐름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잘 나갔다.

지난 94년 11월7일엔 은행업종지수가 785.87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후로는 내리막이다.

96년 400대로 내려앉더니 외환위기 직전인 97년10월엔 다시 300대로 주저 앉았다.

그리고 은행퇴출과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지난 98년 9월23일엔 61.61까지 추락했다.

94년 최고치와 비교하면 9.2%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엔 기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은행구조가 안정되면서 우량은행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7월12일엔 293.50까지 올랐다.

그러나 웬걸.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하락세를 탔다.

블랙먼데이였던 지난 4월10일엔 94.39로 다시 100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8일엔 101.57로 가까스로 100대에 턱걸이하고 있다.

<> 왜 은행주인가 =크게 세가지 이유에서다.

첫번째는 2차 은행구조조정.

은행들은 지난 98년 홍역을 치렀다.

당시 구조조정은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외과수술"의 성격이 강했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구조조정은 다르다.

어느 정도 기초체력이 보강된 만큼 이를 토대로 강한 힘을 기르기 위한 "보강수술"의 성격을 띨 전망이다.

쉽게 말해 우량은행간 합병을 통해 세계적 은행을 길러내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만일 우량은행간 합병을 통해 세계적 은행이 탄생할 경우 주가는 "1+1=3"의 비약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등은 이구동성으로 "감자(자본금 감축)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감자가 없다는 것은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주가하락 가능성이 그만큼 낫다는걸 뜻한다.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주가 폭발성을 내연하고 있는 주된 이유다.

두번째는 실적호전과 과도한 주가하락이다.

은행들은 지난 98년과 99년 각각 11조5백83억원과 4조9천9백9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다.

98년엔 구조조정이, 작년엔 대우사태가 주된 요인이었다.

이런 이유로 은행주중 액면가를 밑도는 은행(5월4일 현재 조흥 한빛 외환 부산 광주 제주 전북 경남 기업 평화 등 9개)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미 대부분의 은행은 지난 1.4분기중 상당한 흑자를 냈다.

대우사태같은 돌발변수만 없으면 흑자전환은 가능할 전망이다.

일부에서 연말 모든 은행주는 액면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번째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세계적으로 은행은 한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은행 보험 증권업종의 영역이 허물어졌다.

그 영향은 폭발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 유럽에서도 대형은행간 합병은 물론 은행과 보험및 증권사간 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적인 테마주로 부상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 합병시나리오 =난무하고 있다.

모든 은행이 대상이다.

해당 은행 직원들도 아예 특정 은행과의 합병을 당연시하고 있을 정도다.

첫번째는 주택 국민은행간 합병설.

상당히 구체적으로 검토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 98년에도 돌았다.

세계적인 소매금융이 탄생한다는 의미에서 정부에서도 계속 "미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한풀 수그러졌다.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시너지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반응을 나타낸 것이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요"가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전망이다.

두번째는 "국민+신한 한미 하나" 또는 "주택+신한 한미 하나"은행간 합병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국민은행이 최근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국민은행은 신한 한미 하나은행과 합병할 경우 우량 소매금융은행과 우량 도매금융은행간 합병이 이뤄지는데다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 주택은행은 선호하고 있지만 신한 한미 하나은행이 반대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가 확실한 신한은행의 반대가 심하다.

세번째는 지주회사를 통한 한빛 외환 조흥은행간 합병설.

공적자금이 투입된 세 은행을 지주회사 형태로 묶음으로써 세계적인 1백대은행을 탄생시킨다는 시나리오다.

세 은행 모두 정부 지분이 상당한 상태라 정부의 맘먹기에 달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시나리오는 많다.

"국민+외환은행" "신한+한미+하나은행" "주택+조흥, 국민+한빛은행" 등의 설이 나돌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