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주가폭락 사태가 28일 진정됐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현대 투신의 부실해소와 시장의 완전한 신뢰회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채 잠복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주영 명예회장 등 총수 일가의 사재출연까지 거론하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투신은 누적결손이 3월말 현재 1조2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4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1998년말 한남투신 인수때 6천억원, 대우채펀드 환매때 8천억원의 손실이 쌓였다.

차입금도 문제다.

신탁재산에서 회사가 빌려쓴 연계콜 3조2천억원을 포함, 모두 3조6천억원의 빚을 안고 있다.

금융의 동맥경화를 일으킨 투신문제가 비단 한국투신 대한투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따라 정부는 현대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자금지원을 차질없게 해줘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도 자금지원 의사를 보인 만큼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는 한남투신 인수로 현대투신이 안은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현대투신의 경우 대투 한투와 달리 출자형식의 공적자금지원을 불가능하다.

대주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값싼 증권금융자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결론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의 자구노력이다.

현대투신은 연초 8천억원을 증자한데 이어 내년말까지 외자유치 2천억원, 자회사 지분매각 7천억원, 유가증권 매각 6천억원 등 2조원을 조달해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상황에 따라 외자유치에 차질이 빚어질수도 있는데다 주요주주인 현대전자(지분율 27.59%), 현대증권(24.2%)이 직접 지원하기 어려운 현편이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룹 총수 일가의 사재출연설이 나돌고 있다.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기업주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오너의 사재출연을 촉구한 적이 없고 현대도 요구받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설은 여전히 나돌고 있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현대투신이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총수 일가의 사재출연론을 흘리는 것은 지원할 명분을 찾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투신 구조조정과 현대사태는 한 뿌리에서 나온 문제다.

해법도 크게 다를 수 없다.

한투 대투에 공적자금을 넣어 살리듯, 현대투신도 대주주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이 불가피한 처지에 이르렀다.

이밖에 현대가 27일 발표한 대로 조기 계열사 정리를 확실하게 실천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