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신권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대거 내다팔고 있다.

지난 4월초 이후 매수열기가 급격히 식은 상황에서 ''현대쇼크''를 받은 모습이다.

외국인은 이날 2천2백2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하루에 2천억원이상 순매도한 것은 지난 3월9일이후 처음이다.

현대투신 구조조정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외국투자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현재는 일부 현대그룹주로 매물이 국한되고 있지만 이번 구조조정이 빠른 시일내에 말끔하게 처리되지 않을 경우 자칫 더 큰 매도세를 부를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물론 외국인들이 IMF직전처럼 한국증시를 대거 이탈 (Sell Korea) 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이상현상이 발생한 것이 아닌데다 한국기업들의 실적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이 전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이렇다.

<> 일부 현대그룹주만 매도 =이날 외국인은 전날에 이어 현대전자 현대상선 등에 매물을 내놨다.

이중 현대투신증권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전자 물량이 가장 많았다.

현대투신증권이 구조조정에 들어가 현대그룹이 어쩔 수 없이 자금을 지원해야 할 경우 현대전자가 상당한 부담을 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그러나 다른 우량주로 매도세가 크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자딘플레밍증권 영업부의 한 관계자는 "현대전자를 대량으로 팔고 있지만 다른 종목까지 무작정 팔아치우는 패닉 (Panic) 상태는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전자를 파는 대신 다른 종목을 사달라는 주문이 많다"는 것이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권지훈 부장은 "저가에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는 외국인도 있다"며 "실제 이날 현대전자 2백만주를 사자는 외국인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 일단 투자위험을 줄이는 차원 =투신사 구조조정문제로 위험성이 높아지자 한국투자비중을 일시적으로 줄이고 보자는 외국인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ING베어링증권의 함춘승 상무는 "이것저것 재보고 팔기보다는 투신사 구조조정이라는 악재를 피하려는 목적에서 현대그룹주를 일단 팔고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다 아직까지 대우그룹 문제가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는등 전반적인 기업및 금융권 구조조정에 실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도세가 일부 외국인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골고루 퍼져 있어 그렇다는 설명이다.

ABN암로의 권 부장은 "수익을 내는 계열사가 많아 현대그룹 자체에 대한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며 "5월말 모건스탠리(MSCI)지수내 한국투자비중이 줄어드는 싯점을 앞두고 미리 털어내는 외국인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 실적,펀드멘털 괜찮다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당장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수로 돌아서긴 힘들겠지만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은데다 기업들의 실적도 양호해 한국시장을 떠날 조짐을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투신사 구조조정문제가 시간을 오래 끌면 외국인 매도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