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투신권 구조조정을 위해선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필요하다는 업계 주장에 곤혹스런 입장이다.

공적자금을 안넣자니 투신 부실이 계속 금융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높고, 넣자니 명분이 약한데다 투입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장관들이 총선전 만해도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공언해 놓아 쉽사리 말을 뒤집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올초 한투 대투에 3조원을 넣을때 정부와 국책은행(산업 기업은행)의 보유주식과 현금을 박박 긁어서 출자했다.

이젠 더 넣을 여력도 별로 없다.

금감위는 이 돈이 국회동의를 얻어 64조원 규모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아니라 "공공자금"이라고 표현했다.

공적자금은 예금보장이 되는 은행같은 금융회사에만 투입할수 있을 뿐 투신처럼 실적배당상품을 운영하는 금융회사엔 넣을 수 없어 공공자금이라는 말을 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든 국민부담이란 점에선 똑같다.

정부는 오는 6월께 국회가 열리면 공적자금 추가조성을 공론화할 방침이다.

이헌재 재경부장관,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총선전 "검토도 안해 봤다"에서 총선뒤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문제는 정부가 야당을 설득해 추가조성에 성공해도 이를 바로 투신사에 넣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의 기금, 보유주식 등 출자가능한 수단을 찾아봐야 한다.

메워야 할 규모가 5조원대여서 걱정이다.

금감위는 한투 대투에 공적자금 투입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투신 등 다른 투신사들도 자본잠식 상태일때 증권금융채권을 통한 유동성 지원만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만약 대주주가 포기하는 투신(투신운용)사가 나타나면 투신권 전체에 충격이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투신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회수할 길도 막막해졌다.

당초 올 하반기쯤 한투 대투를 코스닥에 등록시키려던 방침은 공염불이 됐다.

펀드부실을 회사 고유계정으로 다 떠안아 펀드는 깨끗해졌는데 회사는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투신권이 정상화된 뒤에나 외자유치 등을 통해 회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오형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