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대폭락한 17일에는 동시호가 때부터 하한가 팔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코스닥시장의 동시호가 팔자주문은 무려 7천8백21억원.

거의가 하한가 팔자였다.

사자주문 2천7백21억원은 물론 이날 총거래대금(6천8백11억원)보다도 훨씬 많은 매도물량이 동시호가 때부터 나왔다.

투자자들이 나스닥의 폭락 등으로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보고 더 떨어지기 전에 보유주식의 처분에 나선 것이다.

상황은 거래소시장도 마찬가지.

거래소시장에는 급기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는 이날 최악의 기록이 양산됐다.

우선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 하락폭이 사상 최대다.

이날 하락폭(93.17포인트)은 종전 최대치인 올 1월5일의 72.73포인트를 2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하락률(11.63%) 역시 종전 최대치인 98년 6월12일의 8.10%보다 훨씬 컸다.

선물시장에서도 최근월물 하락폭(10.20포인트)과 하락률(9.99%)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은 더했다.

코스닥지수의 하락폭(22.33포인트)과 하락률(11.40%), 벤처지수의 하락률(11.77%), 하락종목수(4백38개), 하한가 종목수(3백56개) 등에서 믿기지 않는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이중에서도 특히 쇼킹한 것은 11%를 넘는 코스닥지수와 벤처지수의 하락률.

코스닥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2%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시장 전체가 가격제한폭까지 밀린 셈이다.

<>.주가대폭락으로 증권거래소 상장주식의 싯가총액은 이날 하룻동안 32조1천1백10억원 줄어들었다.

코스닥 등록주식의 싯가총액은 7조4천7백90억원 감소했다.

무려 39조5천9백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하루 싯가총액 감소 규모로서는 역시 사상최대다.

이날 주가폭락에는 기관들의 로스컷(손절매) 물량과 개인투자자들의 미수금으로 증권회사의 반대매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신들은 사자에 나섰으나 은행을 중심으로한 일부 기관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한 로스컷 물량을 많이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날 산 주식은 반드시 그날 처분하고 넘어가는 데이트레이더들이 전장에 매입한 주식을 후장들어 매도하는 바람에 전장 한때 좁아지는 듯하던 하락폭이 후장들어 다시 넓어졌다고 말했다.

<>.증권사에서 이날 가장 바빴던 부서는 투자분석팀이 아닌 국제팀이었다.

바짝 긴장했던 시황전문가나 종목 애널리스트들은 문의전화가 의외로 뜸하자 예상밖이라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국제팀에는 다른때 보다 훨씬 많은 투자자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B증권 국제부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서 부터 일본은 물론 홍콩이나 대만에 이르기까지 관심대상 증시는 다양했다"며 "나스닥시장내 첨단주 주가는 어떨지, 정보기술 업체들의 거품론의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묻는 전화가 정신없이 걸려 왔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상황만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한 만큼 해외쪽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이날 폭락세 동조화는 투자자들의 해외시장 관심을 더욱 촉발시키는 양상이었다"고 말했다.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