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후 미국주가를 중심으로 세계주가가 폭락세를 거듭함에 따라 금융공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에 고개를 들고 있는 금융공황은 역시 미국증시에서 제공할 소지가 높다.

이번에 세계경제 회복은 과거와 달리 세계주가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세계주가가 폭락하면 곧바로 세계경제 침체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세계주가는 미국주가의 움직임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처럼 글로벌 투자 기금(fund) 투자가 보편화된 시대에서 미국주가가 폭락하면 금융공황이 다가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주가 폭락으로 각종 기금들이 투자원금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보전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하는 소위 "마진 콜(margin call)"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아시아 외환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세계주가가 동반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 세계주가 폭락이 금융공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있는가.

이번 미국주가 폭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던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우려는 나스닥 주가가 3,000선 언저리로 떨어짐에 따라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또 이번주에 발표될 대부분 미국기업들의 1.4분기 실적이 평균 20% 이상 호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달 16일에 있을 연준리(FRB) 회의에서 금리가 대폭적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이번 주가폭락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3월 소비자물가가 0.7%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는 0.75%포인트 이상 인상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3월 소비자물가 급등의 주요인은 공급측면에 있다는 점이다.

특히 3월중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34달러대까지 급등한 점이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이번 주가폭락으로 자산인플레 요인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에 열릴 연준리(FRB) 회의에서 예상대로 금리가 0.75%포인트 이상 인상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특히 개방화 시대에 있어서는 미국과 같은 경제주도국들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느냐가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

최근처럼 주가폭락으로 국제유동성이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미국이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경우 세계경제뿐만 아니라 미국경제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문제는 투자가들의 심리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최근처럼 주가가 폭락세를 보일 때에는 기업실적이나 경제여건과는 관계없이 투자가들의 심리가 공황상태(panic)를 보이는 것이 최대악재 요인이다.

아직까지 미국경제의 기초여건은 견실하다.

뉴욕 거래소 주가도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재정수지흑자로 국채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가들의 심리가 공황으로 치닫는다 하더라도 이것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많이 확보돼 있는 상태다.

최근에 미국주가가 폭락하더라도 그린스펀 의장과 서머스 재무부 장관을 비롯한 정책당국자가 1929년 대공황과 1987년 증시 대폭락 당시와 달리 의외로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인지 모른다.

아직까지 "금융공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같다.

지난주말 미국주가 폭락 직후 폴 크루그먼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의 미국증시가 1929년 대공황 당시와 다른 점을 들어 미국증시가 조만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