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발생한 미국 증시의 대폭락 사태가 아시아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 주도형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어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의 경기가 사그러들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만일 월 스트리트의 주가폭락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될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재와 같은 주가약세가 장기화되고 미 연준리(FRB)가 긴축기조를 계속할 경우 아시아 경제는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콩샹하이은행(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바커는 아시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며 미 증시 폭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9개월 뒤에나 나타나겠지만 아시아 각국은 수출 의존도를 낮추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또 그래야 한다고 밝혔다.

한 독일계 투자은행의 아시아 지역전문가도 "미국 소비자들이 아시아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수출의 급격한 감소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체질을 강화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의 상황이 아시아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점치는 분석가들도 있다.

투자은행인 베어 스턴스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맬패스는 "세계적인 주가 조정은 당분간 고통스럽겠지만 미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과 유럽 등 다른 주요 지역의 경제회복이라는 전체적인 틀을 바꿔 놓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장기적으로 아시아에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오버홀트는 "아시아 경제는 이미 상승궤도에 올랐으며 미국경제의 초고속성장이 둔화된다고 해도 이 지역에 재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성장세 둔화가 수출이 주도하는 아시아 지역의 성장을 저해할 것임은 명백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의 경제를 건실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17일 대부분의 아시아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보이자 본격적인 거품붕괴의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지금이야말로 삼성전자와 대만의 반도체업체 TSMC와 같은 우량주식을 살 기회라고 밝히는 분석가들도 많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오버홀트는 "미국에 비해 한국 대만 홍콩에는 인터넷 관련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며 "반도체와 그밖의 부품 생산에 주력하는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미국 증시의 조정이 좋은 소식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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