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의 주가 폭락 사태는 여러가지 면에서 지난 87년 발생한 블랙먼데이를 연상시킨다.

1987년 10월19일(월요일)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서 다우존스지수는 하룻동안 무려 22.6%(5백8포인트)나 하락,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의 증권, 금융시장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14일 주가폭락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같은 블랙먼데이를 닮았다.

우선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고 폭락 며칠전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블랙먼데이 당시 주가는 연초대비 40%가량 상승했다.

최근 다우지수 역시 지난 1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몇달간 고공행진을 해왔다.

블랙먼데이 직전인 87년 10월14~16일에는 주가가 사흘 연속 하락했고 지난 14일 직전인 12,13일에도 이틀 연속 주가가 내렸다.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점도 비슷하다.

블랙먼데이 직전 주말인 16일 뉴욕 금융가에는 미국의 금리가 곧 두자릿 수로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번에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와 미 연준리(FRB)가 내달 금리를 당초 계획(0.25%포인트)보다 더 올릴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폭락 한달 전쯤 증권사의 신용잔고가 급증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전미증권업협회(NASD)는 지난 2월말 미국 주식시장의 신용잔고가 2천4백35억달러로 2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주가 급락시 주식시장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먼데이 한달 전인 87년 9월에도 신용잔고가 당시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이번 주가폭락은 블랙먼데이와는 다른 점도 상당히 있다.

우선 미국의 경제 여건중 재정수지 상태나 달러화 가치 등이 블랙먼데이 당시와 지금은 상당히 다르다.

87년 당시 미국은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있었지만 최근 미국은 재정흑자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블랙먼데이 때는 달러화 약세가 문제였지만 달러화는 최근 다소 반등하고 있다.

이번에 다우지수 폭락의 주범은 다우지수 자체보다는 첨단기술주로 대표되는 나스닥시장의 폭락이었다는 점도 블랙먼데이 당시와는 다르다.

김선태 기자 orc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