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가 연이틀 폭락했다.

4,000선마저 위태롭다.

미국 나스닥지수에 연동성이 강한 코스닥지수도 11일 폭락세로 돌변했다.

12일 반등세를 보이긴 했으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첨단기술주들의 파티는 과연 끝났는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파티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월스트리트와 여의도의 증권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막말로 너나할 것없이 뜨던 광란의 밤이 지나가고 이제는 차분하게 옥석을 가려야 하는 새로운 파티가 예고되고 있다는 것.

나민호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첨단기술주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시장은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기술력과 실적을 겸비한 우량주 주가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첨단기술주라는 간판보다는 기업의 내실이 주가향방을 좌우하는 종목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얘기다.

첨단기술주들로 구성돼 있는 나스닥지수는 11일 1백32포인트(3.2%) 급락했다.

종가는 4,055.9로 4,000선이 위협받았다.

전날(2백58포인트 하락)보다 낙폭은 줄었지만 하락세는 이어졌다.

이로써 한달만에 1천포인트(19.7%)가 빠지면서 올들어 처음으로 작년말 종가보다 낮아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 12월29일 4,000선을 돌파한지 불과 10주만인 지난 3월7일 대망의 5,000 고지를 점령, 세계적인 첨단기술주 열풍을 몰고온 나스닥지수였다.

코스닥지수 역시 나스닥의 뒤를 밟았다.

190선에서 이틀만에 220선을 회복하는 강한 상승세도 나스닥의 폭락 앞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나스닥이 폭락한 10일 18포인트나 떨어졌다.

11일도 싯가총액비중이 큰 한통프리텔과 한솔엠닷컴의 상승세로 지수는 올랐으나 분위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첨단기술주의 폭락은 끊임없는 버블논쟁이 증명하듯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뉴욕 투자자문사 실즈의 증시분석가 존 휴지스는 "첨단기술업체들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너무 높다는 인식이 월가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메릴린치증권이 최근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첨단기술주 매입추천비율은 12.5%에 불과했다.

한달전인 3월초의 21.5%에 비하면 거의 절반수준이다.

매니저들은 특히 인터넷 주식중 90%가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인식은 대부분 인터넷업체들의 비즈니스 수익모델이 빈약하다는데 근거한다.

새로운 업종인 것은 분명하지만 돈을 어떻게 벌어들일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에 주도주라고 불리던 종목들을 대거 처분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월가의 매니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 야후 이베이 오라클 등 일부 우량 첨단기술주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단기간내 이익실현이 어려운 닷컴기업들의 주가는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가치주중에서도 실적이 따라주는 주식과 그렇지 않은 주식간의 차별화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나스닥지수가 최저 3,6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주가상승보다는 하락예상 종목이 훨씬 더 많은 탓이다.

3,600선은 지난 4일 나스닥지수가 장중에 5백74포인트나 폭락하면서 잠시 건드렸던 주가수준이다.

그후 이 주가수준에서 바닥을 다진 다음 재차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지수 역시 전저점인 17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스닥이 확실히 바닥을 찍었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는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것 같다.

이정훈.조주현 기자 leeho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