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기술 연구의 싱크탱크(Think-Tank)를 자임하는 중국과학원(CAS, Chinese Academy of Science) 본관에 들어서면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친필 현판이 시선을 끈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색"인 붉은 바탕에 권위를 상징하는 황금색 글자로 수놓인 현판은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경제건설과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한 집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북경)에 본부를 두고 셴양(심양) 상하이(상해) 난징(남경) 신장(신강) 시안(서안) 등 중국 각지에 1백22개 과학기술 연구기관을 관리하고 있는 CAS는 중국 전체를 지식기반사회로 만드는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쓸고 세계 경제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을 즈음 CAS는 특별보고서를 작성,중국국무원에 제출했다.

"지식기반경제를 위한 국가혁신 시스템"이 그 보고서의 타이틀.이듬해 2월 장쩌민 주석은 CAS가 중국 국가혁신 시스템의 선두에 설 것을 지시했고 그 해 8월 CAS는 상하이생명과학연구소를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자체 "지식혁신공정(Knowledge Innovation Programe)"을 실행하는데 착수했다.

CAS의 지식혁신공정은 지역별.기능별로 분산돼 있던 연구기관들을 9개 연구기지로 재편성하는 구조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지식혁신공정에 따라 베이징을 수학과 시스템 연구의 중심지로,상하이를 생명공학과 첨단기술개발 기지로 중점 개발하기로 했다.

서부와 동부는 지형적.환경적 특성을 살려 각각 환경기술과 재료.소재연구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등시난(등심안) CAS종합기획부 처장은 "1998년부터 올해까지 54억위안(원)이 연구메커니즘을 전환하는데 투입됐다"고 소개했다.

인재양성과 선진 과학기술과의 격차 축소는 지식혁신공정의 주요 목표들이다.

등 처장은 "54억위안중 6억위안은 새로운 인재(3백명)를 끌어들이는데 썼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선진 과학기술의 수용과 응용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마다 개최되는 중.미 과학기술회담에 CAS가 거는 기대가 크다.

중.미 과학기술회담에서 양국의 소장학자들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토론과 첨단기술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게 등 처장의 설명이다.

CAS는 최근 연구결과의 상업화에도 눈을 뜨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올해까지 CAS의 중점 목표중 하나는 현대기업의 관리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컴퓨터제조업체인 렌샹(연상)그룹이 CAS의 대표적인 상업화의 과실이다.

바이지앤위안(백건원) CAS 첨단기술산업개발국 선임연구원은 "제약과 신소재, 그리고 정보통신 등이 CAS가 상업화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라며 "렌샹의 성공으로 연구성과를 모험(벤처)기업화하려는 연구원들의 열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AS의 지식혁신공정은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의 연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국 전역에 산재한 연구기관들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대폭적인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또 소수의 핵심 연구 인력에게 자원이 집중 지원된다.

주중 한국대사관 모영주 과학관은 "중국 과학계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이들이 훨씬 더 자본주의적으로 변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CAS는 치열한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소수의 선택된 연구기관과 인재들에게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중국 전체를 "지식기반사회"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베이징=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