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원화환율이 날개를 달고 급반등세를 연출했다.

하룻새 원화환율은 최저 1천1백4원10전에서 최고 1천1백16원90전까지 치솟았다.

일교차는 무려 13원.

달러를 팔아치우는데 열중했던 일부 투기세력들은 천당에서 지옥을 오간 날이었다.

<> 시장 동향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개장과 함께 달러당 1천1백4원대까지 밀려나 연중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원화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 그동안 달러를 팔아 왔던 세력들이나 고객매매기준율을 달러당 2~3원씩 낮췄던 일부 시중은행들은 쾌재를 불렀다.

원화절상을 예상했던 세력들이 승기를 잡는 듯했다.

오전 10시를 기해 어김없이 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왔다.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금융 국장이 "환율방어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며 외한당국의 시장개입을 시사했다.

시장에 대한 당국의 경계경보였다.

이때만해도 시장은 분위기를 살피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재경부의 구두개입이 강력한 공습경보로 판명되면서 순식간에 반전됐다.

지난 2주일간 7차례나 계속된 구두개입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밝혀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수출입은행이 곧바로 1천1백4원대에서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

1천1백7원대에선 산업은행이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부 시중은행들도 가세하는 등 외환당국이 전방위 시장개입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의 개입을 기대해 과다매입 전략을 구사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도 달러 매도세력이 자취를 감추며 원화환율상승에 일조했다.

도쿄환시에서 일본은행(BOJ)이 직접 개입을 단행했다는 설이 퍼지면서 엔.달러환율이 오른 것도 원화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열기가 뉴욕증시 불안으로 주춤해진 점도 정부의 시장개입에 호기를 만들어줬다.

원화환율은 오전장 한때 달러당 1천1백16원90전까지 상승했다.

외환딜러들은 이날 당국의 직간접 개입으로 10억달러에 이르는 물량을 흡수해간 것으로 추정했다.

<> 향후 전망 =원화환율은 당분간 1천1백10원을 지지선으로 등락할 것이라는게 외환딜러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달중 외평채 1조원을 발행키로 하는 등 정부가 1천1백10원선에서 배수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원화환율의 향방을 좌우했던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 유입이 다소 주춤해질 것이란 예상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MSCI 주식편입비중 가운데 한국비중을 축소키로 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5월말부터 MSCI 이머징마켓 프리인덱스(MSCI EMF)내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의 주식편입 비중은 확대되는 반면 한국의 경우 11.8%인 현 비중이 9.99%로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한국에선 자본유출이 발생, 원화가치를 올리는 힘이 약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당국도 환율안정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나섰다.

외환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국인 주식투자 물량이 다소 해소돼 1천1백10원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되지만 외화예금물량에 가로막혀 1천1백20원선을 넘기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 환율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화절상 기조는 올 한해 계속될 것"이라며 "올 상반기엔 1천1백원선이 깨지는데 이어 하반기엔 1천원선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