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조만간 청산될 것이라는 소식에 국내 증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줄곧 국내 주식을 순매수해 왔던 외국인은 30일 장중 순매도로 돌어서기도 했다.

특히 최대 순매수 종목이었던 삼성전자를 내다팔아 불안감을 더해줬다.

증권당국과 증시관계자들은 타이거펀드의 국내 투자규모및 보유 종목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타이거펀드가 청산되더라도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청산을 앞두고 보유하고 있던 한국 주식을 대부분 매각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물도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정도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외국인들은 다른 종목으로 매기를 확산시키고 있어 타이거펀드 청산이 향후 외국인의 대거 순매도를 촉발시킬 악재는 아니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 타이거펀드의 국내 주식투자규모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국내 개별 상장사의 주식을 5%이상 보유했을 때만 증권거래소에 신고하게 돼 있다.

보유주식이 5% 미만이면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

타이거펀드는 지금까지 SK텔레콤 삼성화재 LG화재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롯데칠성 등 5~6개 종목 정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한국에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98년부터는 전세계에서 투자손실이 급증하면서 심한 유동성부족을 겪게 되자 이들 한국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LG화재 삼성전자 정도다.

금액상으로는 약 2천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LG화재의 경우 지난 2월말 현재 8.57%를 보유하고 있다고 거래소에 신고해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결산시 주주명부를 폐쇄한 결과 30만주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타이거펀드의 영향력 =과거 타이거펀드가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98년 6월12일 국내 투신사에 설정한 1억2천만달러 규모의 외수펀드(외국인전용 수익증권)를 환매한 탓에 종합주가지수가 26포인트나 폭락한 적이 있다.

반면 99년 8월26일에는 타이거펀드 위기설이 나돌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7.33포인트(2.36%) 올랐다.

선물시장에서는 타이거펀드가 선물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때마다 선물가격이 심하게 요동쳤다.

지난해 중반무렵까지만 해도 타이거펀드의 행보에 따라 선물가격이 급등락하고 현물시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 향후 외국인 전망 =외국인은 이날 장중 순매도를 보이긴 했지만 장마감무렵 순매수로 돌아섰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권지훈 부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매물이 타이거펀드가 내놓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의 최근 하루평균 거래량이 1백40만주여서 30만주는 무난히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반도체주가 집중 매물을 받은 것은 주가가 단기급등한게 더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타이거펀드 청산이 향후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줄만한 악재가 못된다는 얘기다.

이날 미국 골드만삭스증권 창구를 통해 삼성전자 매물이 대거 흘러나온 점도 단기차익 실현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증권사를 통해서였다.

ING베어링증권의 이길영 이사는 "타이거펀드가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을 이미 다 팔고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의 조재홍 펀드매니저는 "미국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려 투자하다가 지난 98년말 파산위기에 몰렸던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 헤지펀드와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 펀드매니저는 "이날 매도한 외국인도 지금까지 반도체주만을 사모았던 글로벌테크놀로지 펀드가 아니라 일부 리저널펀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