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계는 최근 생명과학분야나 정보통신분야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기초과학 수준이 낮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원천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이를 상업화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두 나라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만큼 협력을 강화하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손욱(55) 삼성종합기술원장은 국내에서 러시아의 과학기술수준을 일찍 평가, 이를 국내기술발전에 활용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손 원장은 연구원들을 수시로 러시아 현지에 파견, 연구소 및 대학들에서 우수인력을 채용케 하고 본인도 직접 방문해 러시아의 과학계를 둘러보고 있다.

손 원장에게 러시아의 과학기술수준 현황과 한국과의 관계를 들어봤다.

-러시아의 과학기술은 어느 수준인가.

"러시아에는 4천5백여개 연구기관에 1백20만여명이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 저력이 대단하다.

또한 유럽의 우수한 통신업체들이 러시아 시장진출과 우수한 기술인력의 활용을 위해 현지에 연구분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생명공학 역시 분자생물학 등의 분야에서 10년째 세계 톱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뛰어난 원천기술이 러시아의 산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는가.

러시아의 산업발전 잠재력은 어느 정도인가.

"러시아가 개방화를 표방한지 이제 10년이 됐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원천기술의 산업화 응용에 힘을 쏟고 있다.

1996년 과학기술 정책 우선순위를 정한데 이어 올해는 이를 수정보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러시아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미 독일 이스라엘 일본 핀란드 한국 등의 기업이나 연구소가 많이 진출해 있다.

상업화를 위한 경제시스템이 확보되면 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분야의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에 그 위에 얼마든지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현재 어느 정도 러시아의 과학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서방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

"한국은 그동안 정보통신과 소재.부품 분야에서 주로 기술협력을 해왔고 최근 생명공학 분야의 협력도 막 시작하고 있다.

삼성과 LG 등 몇몇 기업이 러시아에 연구분소를 설립해 현지의 우수인력들을 연구원으로 채용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외국기업의 경우 미국의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는 2백여명의 러시아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차세대 워크스테이션 모델의 단기간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멘스 노키아 히타치 등도 각 분야에서 기술협력 혹은 연구분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광현 기자 kk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