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클리닉에 와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손절매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반토막난 주식들을 들고 와서 신비의 명약을 구하려는 그 표정들을 보면 참으로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낮은 포복도 안익히고 총싸움만 배웠으니 꼿꼿이 선채로 총알받이가 됐을 수 밖에...

대개 속사정은 이렇다.

처음 주식을 접하고 한두푼 벌면 재미가 붙는다.

사서 오르면 팔아서 남기고,내리더라도 기다리면 또 제값이 오고...

세상에 이만한 돈벌이가 없다.

왜 진작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던가...

하지만 황홀한 시간은 잠시 뿐이고 마침내 한번 물리는 날이 온다.

팔자니 아깝고 본전 오기만 목메어 기다리다가 오지게 주식시장의 쓴 맛을 경험한다.

아,이래서 사람들이 손절매,손절매 하는구나.

그래,역시 손절매가 제일 중요해.이제라도 몇% 하락하면 판다는 룰(rule)을 정해야지...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손절매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한번,두번,꼬박꼬박 손실을 정리하다 보면 회의가 안드는 사람이 없다.

생살 도려니고 한두번이지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팔고 나면 올라가고,기다리면 먹었을 것을... 공연히 깨지고 나오고... 이런 바보짓이 세상에 또 어디있나.

그래,역시 기다리는 게 최고야.

이렇게 다시 병이 도지고,그러다 또 크게 당하고,결국은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클리닉 문턱을 밟는다.

손절매에 대한 우리 처방은 이렇다.

첫째,손절매는 건전한 신진대사의 일부다.

무슨 과감한 결단을 내려서 하는 그런 일이 아니다.

과감하게 변을 보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버릴 건 제때 버려야 취할 걸 취할 수 있는 것이다.

바둑의 사석처럼 전체 게임을 이기기 위한 포석의 일부니 만큼 손실을 절대 아깝게 여겨서는 안된다.

구체적인 방법을 논하기 전에 먼저 손절매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라는 말이다.

둘째,몇% 손절매가 가장 좋다는 절대적인 법칙은 없다.

안정되게 추세가 생기는 종목은 금액은 비교적 많이 싣되 손절매 포인트는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단기에 급등했거나 변동성이 심한 종목은 반대로 비교적 적은 금액을 싣되 손절매 폭은 길게 가져가야 한다.

코스닥 주식처럼 10일 연속 상한가를 치기도 하고 천당과 지옥을 수시로 드나드는 것들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한두 종목에 몰빵을 하며 옮겨다니면서 손절매를 논하는 건 난센스다.

왜냐하면 이렇다.

10개 종목에 분산한 뒤 각 종목당 20% 손절매하기로 했다고 치자.

전체 원금으로 보면 종목당 2%밖에 안된다.

손절매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한 종목에 집중 투자했을 때의 20% 손절매는 지켜내기 어렵다.

아무리 다짐에 또 다짐을 해도 막상 그 가격이 오면 또 한번 기다리게 돼 있는 게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못믿을 게 인간의 마음 아닌가.

따라서 손절매 이전에 분산투자가 기본적 전제로 깔리는 건 필수라는 게 세번째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내가 정한 손절매 가격이 적절한가 아닌가는 진단이 가능하다.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중에 생각이 나고,회사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정도면 이미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자신에게 물어보면 언제든지 답이 나오는데 뭘 전문가에게 묻는가.

일상 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정도의 손절매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말이다.

일주일 굶어도 살 수는 있지만 일주일 "안누면" 죽는다.

손절매를 정말 잘하자.살아있는 것만큼 감사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 김지민 한경머니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