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간, 생명...

영국의 기초과학에 대한 열정은 참으로 끈기가 있다.

돈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의 문제다.

1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표준연구소 "NPL(National Physical Laboratory)"은 영국인들의 과학에 대한 순애보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1900년 런던의 북서쪽 외곽 테딩턴(Teddington)에서 개원한 뒤 한번도 시동을 끄지 않고 달려온 NPL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연구기관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많은 국가연구소들의 모체가 됐으며 측정학(metrology) 분야에서 무수한 업적을 남겨 왔다.

질량 길이 온도 거리 시간 등 각종 단위를 측정하고 그에 대한 표준을 만드는 것이 NPL의 1백년 사명으로 존속해왔다.

에센 박사가 1950년 발명한 원자시계는 NPL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원자시계는 현존하는 도구로서는 가장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시간이란 개념은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물리량입니다. 새 천년의 기본도 바로 시간이지요"

NPL의 국제표준화조정위원인 키스 베리 박사는 정확한 시간 측정의 중요성을 절실히 강조한다.

현재 NPL 연구팀은 원자시계보다 1천배 정확한 "이온 트래핑(ion trapping)" 원리 시계 개발에 몰두해 있다.

연구팀은 10~15년후면 이온 트래핑시계를 완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전통적으로 NPL은 연구할 때 시간의 제약을 받아본 적이 없다.

"더욱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라면..."

이 연구진의 기본적인 자세다.

바로 이러한 순수함과 자유로움이 있기에 NPL은 창의성을 잃지 않는다.

최근 NPL의 관심 분야는 공기오염, 온난화 등 환경관련 측정이다.

NPL은 최근 공기오염도 측정망을 개발, 영국 전역의 대기상태를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또 3년전부터 광통신기술 관련 표준화 연구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표준이라고 하면 언뜻 첨단과는 거리가 멀게 들릴 수 있으나 환경,정보통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현대 사회에서 표준의 역할은 갈수록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NPL은 21세기에 적합한 "표준의 산실"이 되기 위해 현재 대대적인 재건축 작업을 진행중이다.

테딩턴(영국)=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