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에너지만이 유일한 미래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화력, 조력, 태양력 분야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요"

부임한지 불과 수개월이 된 제롬 파멜라 JET 신임소장은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문을 연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선 핵융합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가장 이상적이라는게 참여국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그의 눈은 현재로선 핵융합에너지가 인류의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데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빛나고 있다.

이렇듯 여러 나라들이 장기간에 걸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할 만큼 핵융합에너지의 매력은 대단하다.

수천년을 써도 고갈되지 않는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인데다 환경친화적이다.

물론 파멜라 소장도 핵융합이 어려운 기술이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핵융합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힘든 기술일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지요"

핵융합은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는 장기프로젝트인데다 엄청난 돈이 든다.

만약 다른 획기적인 에너지원이 그 이전에 등장하면 어떡하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미래라는건 어차피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해서 도전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JET는 단순히 파격적인 에너지를 개발해 돈을 벌자는게 아니라 인류를 살리자는 숭고한 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파멜라 소장은 이런 초국가적인 목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해관계가 다른 나라들이 뭉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을 얻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핵융합 연구로 인해 유럽연합(EU)국들이 얻은 혜택도 상당하다.

각국에서 관련 산업분야로 분사(스핀 오프.spin-off)한 업체만도 수십개는 족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급효과로 볼 때 핵융합기술은 단순히 에너지 차원에서 다뤄질 문제가 아니다.

JET나 ITER에 다양한 나라들이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은 없을까.

"EU는 이미 수십년에 걸친 반목과 충돌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젠 나름대로 화합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하고 있지요"

고성연 기자 amazing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