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개장 예정인 제3시장의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 결과에 따라 시장 개설이 4월 이후로 늦춰지거나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증권당국 및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거래법을 내세워 제3시장에 들어오는 기업들로 하여금 법대로 유가증권신고서를 감독원에 제출토록하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

현행 법률을 지키고 투자자를 보호하려면 신고서를 받는게 불가피하다고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은 설명했다.

자본시장감독국은 금감원안에서도 제3시장 개설을 준비하며 밑그림을 그려온 곳이다.

하지만 제3시장 진출 희망기업들에 감독원의 신고서제도를 액면 그대로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이나 코스닥기업에 맞춘 현행 신고서 제도가 제3시장에 그대로 적용되면 새 시장의 개점휴업은 불보듯 훤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는 가능한 빨리 여러 의견을 조정해 제3시장의 신고서 요건에 대한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금감원안의 해당 부서와 증권업협회 및 기업들간의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준비소홀로 인해 제3시장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제3시장 상장기업 모두의 문제다=증권업협회는 현재 제3시장에 들어오려고 희망하는 기업이 2백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의 방침대로 현행 증권거래법및 시행령에 충실한 신고서제도를 적용하면 희망기업 대부분이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야한다.

자본시장감독국의 이갑수 국장은 "제3시장에 지정(상장)된다는 것은 주식을 불특정다수에게 팔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구주매출(주식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한다는 법률 용어)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증권거래법및 시행령에 따라 구주매출은 공모와 같은 성질"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제3시장 상장후 2년간의 거래금액이 10억원이상으로 추정되면 법률 및 시행령(증권거래법)에 정한대로 유가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제3시장 참여 이전에 이미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를 한 경험이 있는 기업은 제출 의무가 없지만 이런 사례는 드물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공모를 한 기업들도 제3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한다.

일반적인 사례인 발기설립(사모) 기업도 마찬가지다.

<>신고서 제출 왜 문제인가=금감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려면 금감원에 기업등록을 해야 된다.

이 기업등록 절차는 간단하다.

일정한 서식에 맞추어 제출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유가증권신고서는 다르다.

현행 신고서 규정에 따르면 주식(유가증권)에 대한 가치 평가 자료와 기업정보및 재무제표가 들어가야 한다.

또 금감원이 신고서를 수리하면 15일후 효력이 발생한다.

정작 매매기간과 일정한 시차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효력발생기간으로 인해 구주매출(주식매각) 가격을 지정하기도 힘들다.

D증권 인수팀장은 "제3시장 희망 기업들중 현행 규정상의 유가증권신고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한다면 아마도 제대로 작성할 능력이 있는 기업은 아주 적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사 기업금융부 관계자들은 회계법인이나 증권회사의 유가증권 분석등이 들어가야만 제대로된 유가증권신고서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신고서 자료준비및 부대비용지급에 의문을 표시하는 증권 관계자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법을 지켜야 하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과연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금감원도 고민이다=증권거래법에 따라 시장을 관리해야되는 시장감독국의 신고서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견은 없다.

법대로 하겠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유가증권신고서를 처리하는 문제가 만만찮다는게 신고서처리 담당국 사람들의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실무상 현행 신고서 제도는 상장기업및 코스닥기업의 주식및 채권발행 때 적합하도록 돼 있어 영세기업이 많은 제3시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과 같다"고 말했다.

심사 처리에 난관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또 근본적으로 유가증권신고서제도 같은 투자자보호 장치를 제3시장에 둘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금감원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최소한의 기업내용 공시만 이뤄지고 투자자들이 전적으로 투자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제3시장의 운영원칙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파행운영도 우려된다=유가증권신고서 제도가 엄격하게 적용되면 제3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제3시장에 들어오려고 하는 기업들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증권업협회는 신고서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해줄 것을 금감원측에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금감원 시장감독국은 증권거래법을 위반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어 의견 차이가 크다.

자칫 의견조정이 늦어져 개장 자체가 지연되거나 시장운영이 기대 이하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게 증권가의 우려이다.

이같이 논란이 일어남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다양한 보완책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중 재정경제부가 4월이후 적용할 예정으로 현재 개정작업중인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제3시장 기업의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자는 의견도 들어있다.

이보다는 약간 보수적으로 신고서를 제출하지만 신고서 양식을 간편하게 하자는 견해도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제3시장 희망기업들이 회사소개와 재무제표로 구성된 사업보고서를 증권업협회같은 일정한 장소에서 공시하는 수준에서 신고서를 대신하자는 보완책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순수 장외시장에 대해선 감독당국이 신고서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양홍모 기자 yang@ked.co.kr 박기호 기자 khpar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