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나자 어느새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한 겨울엔 하루종일 그늘만 지던 외진 구석에도 햇볕이 든다.

찬찬히 뜯어보면 영원한 양지와 영원한 그늘은 없는 법이다.

주식시장에서도 한동안 양지와 그늘이 확연하게 갈라졌다.

아날로그와 디지털,구경제와 신경제라는 너무나 극단적인 이분법이
사람들의 관념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극단이 지나치면 균형으로 돌아가려는 것도 시장이 지니는
본성의 하나.

극단의 논리가 판을 치니 시장이 무엇인지,가격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 분위기 탓일까.

그늘에 가려진 주식이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다.

빼앗긴 땅이라고 해서 봄이 비껴가지 못한다.

< 허정구기자 huhu@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