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에 신주인수권(warrant) 유통시장이 열리면 상장회사들은
신주인수권을 따로 떼낸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잇따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신주인수권이 환금성이 높은 투자대상으로 부각될 경우 BW는 일반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이다.

발행기업의 주가가 신주인수권 행사가격보다 높아지면 그 차이 만큼
신주인수권에는 "프리미엄"이 붙게 된다.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낮더라도 투자자들은 채권이자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분리형 BW는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고수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 시장개설의 효과 =발행회사 입장에선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수단이 더욱
확대된다.

경영여건과 증시상황에 따라 신주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는 물론 채권 전환
사채(CB) 발행 또는 BW 발행 등의 방법을 신축적으로 골라 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BW를 활용한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신한은행의 사례를 보면 신주인수권 발행의 효과를 한눈에 알 수있다.

당시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았던 신한은행은 채권의 가치는 없고 워런트의
가치만 반영한 BW를 발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신주청약자들에게 나눠 주면서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신한은행의 주가가 올라 투자자들은 주가상승분 외에 신주인수권가치
상승분까지 몫으로 챙길 수 있었다.

유상증자 청약을 끌어들이기 위해 "당근"으로 쓰인 신주인수권이 투자자들
에게 의외의 이득을 안겨준 케이스다.

신한은행 측으로서도 회사채보다 싼 금융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 어떤 종목이 상장되나 =상장회사가 발행한 분리형 공모 BW의 신주인수권
으로 국한된다.

따라서 몇몇 대주주나 투자가들에게 넘겨지는 사모 BW의 신주인수권은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수 없다.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이후 분리형 BW를 발행한 기업은 상장회사
와 비상장회사를 통틀어 15개에 불과하다.

신주인수권 시장이 개설되면 우선 이들중 상장사인 현대전자 조흥은행
봉신 모나미 금호산업 등 5개 BW의 신주인수권이 상장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을 상장시키려면 많은 사람들이
나눠서 소유하는 분산요건을 갖추어야 하나 공모절차를 밟기만 하면 분산
요건을 갖춘 것으로 간주키로 했다"고 말했다.

<> 신주인수권 매매절차는 =가령 A사가 신주를 7천5백원(행사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발행했다고 하자.

증시활황으로 A기업의 주가가 1만원으로 올랐다면 워런트를 보유한 갑은
A사에 워런트를 제시하고 7천5백원을 납입하면 1만원짜리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이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 2천5백원의 차익을 얻는다.

주가에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뺀 값은 프리미엄이 된다.

따라서 갑은 증권거래소를 통해 워런트를 을에게 2천5백원에 팔 수 있게
된다.

을씨가 2천5백원의 프리미엄을 내고 갑씨로부터 워런트를 산 뒤 A기업의
주가가 또 1만2천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워런트의 프리미엄도 4천5백원(1만2천원-7천5백원)으로 오르기
때문에 을씨도 투자원금(2천5백원) 대비 80%(2천원)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리게 된다.

<> 투자전망 =일반투자자들 입장에서 신주인수권은 주가상승기에 유리한
상품이다.

발행기업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신주인수권을 산 뒤 실제로 주가
가 오르면 프리미엄차이 만큼 이득을 얻는다.

옵션시장에서의 콜옵션과 비슷한 효과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워런트 투자부분 만큼만 손실을
보지만 주가가 상승할 경우 높은 레버리지 효과를 거둘 수 있어 신주인수권
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명수 기자 may@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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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신주인수권부사채(BW:Bond with Warrant) = 발행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있는 권리(워런트)가 붙은 회사채다.

워런트는 일정기간내에 일정한 가격(행사가격)을 내고 발행회사에 신주를
발행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워런트가격(프리미엄)도 올라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채에 대한 수요를 촉진시킬 수 있다.

BW에는 워런트를 따로 발행하는 분리형, 채권과 함께 발행하는 비분리형이
있다.

그동안 상장회사들은 발행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분리형 BW의 발행을
기피했으나 신주인수권부 시장이 개설되면 분리형 BW 발행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BW는 신주인수권이 분리 유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와는 차이가 있다.

BW는 원래 유럽에서 유래됐으나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발전시킨
것은 미국이다.

1929년 델라웨어(Dellavare)법에서 주식매수권에 관한 규정이 처음으로
법제화됐으며 60년대 후반과 70년대초부터 대량으로 발행됐다.

국내에선 1984년 상법개정에 의해 BW 제도가 도입됐다.

< 최명수 기자 ma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