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은 3일 거래소시장에서 무려 8천5백57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전날 6천2백59억원을 순매수, 이틀간 자그마치 1조4천8백16억원의
폭발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2월 한달동안의 전체 순매수 규모(1조1천1백억원)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매수강도는 다소 약해질지 몰라도 다음주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김기태 WI카증권 이사)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이틀간 외국인 "사자"의 특징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두 종목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여러종목을 동시다발적으로 매수할 때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은 편이다.

김기환 마이다스에셋 상무는 "이날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종합주가지수가 보합세를 보인 것은 매수종목이 두 종목에 치우쳤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수세는 거래소시장의 수급구조를 급격히 개선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투자신탁회사들이 외국인 매수세를 틈타 대형주를 "비싼" 가격에
처분하고 있다.

신규자금 유입이 정체된 투신권이 유동성을 그만큼 보강할수 있다는 것이다.

<> 외국인 왜 사나 =외국인 매수세는 삼성전자 현대전자 두종목에만 집중
되고 있다.

은행 등 다른 종목으로 분산되지 않고 반도체주식에만 국한된다는 점에서
1년전 한국시장 전체를 사는, 이른바 "바이코리아(Buy Korea)"와는 차이가
있다.

이틀간 외국인의 순매수금액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사는데만
1조2천3백억원(83.2%)이 들었다.

반도체 주가의 바로미터인 D램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 외국인 매수의
가장 큰 원인(권지훈 ANB암로증권 이사)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4달러까지 떨어졌던 D램 가격은 최근 6달러선으로 회복했으며 1분기
이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국내시장의 수급악화로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내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인식도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경제여건이 다소 안정을 찾고 있는 점도 호재다.

약세를 거듭하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무역수지 호전, 유가상승세
둔화 등 증시주변을 둘러싼 거시경제지표가 안정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외국인들은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기에
앞서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였었다는 과거 사례를 들어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외국인과 기관의 공방전 =투신사 등 기관은 외국인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은 "사재기"를 하고 투신권은 "재고처분"에 바쁜 모습이다.

투신권은 이틀간 3천2백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래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멈추면 시장이 급랭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투신사들이 대형주를 팔고 있는 것은 주식형펀드 환매대비, 단기급등후
조정예상, 코스닥 비중확대를 위한 자금마련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 매수-투신 매도" 현상은 현재로선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수급면에서 선순환을 불러 온다는 점에서다.

투신이 대량 보유하고 있는 대형주를 외국인이 "비싼" 값에 사준 결과
투신권은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투신사들이 이 돈을 발판으로 중소형주 매수를 강화할 경우 "외국인
대형 블루칩 매수-투신 중저가 우량주매수"라는 공조체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이 경우 대형주는 대형주대로, 중소형주는 중소형주대로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 장진모 기자 j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