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은 올라타고 손실은 끊어라 (Riding with the profit,cut the loss)".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면 귀에 따갑도록 듣는 증시격언이다.

주가가 올라가는 종목은 이익이 최대로 커질 때까지 보유하고 주가가
떨어지는 종목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픔을 무릅쓰고 처분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이런 뻔한 원칙도 제대로 지키기가 쉽지 않다.

주가가 떨어지면 언젠가는 오르겠지 하는 미련 때문에 내다팔지 못한다.

오히려 "물타기"에 나서 투자원금을 모두 날려 버린 투자자들이 수없이
많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런 미련을 없애기 위해 "손절매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취득가격의 25~30% 밑으로 떨어지면 무조건
그 주식을 내다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시세표를 보고 있으면 주가흐름에 빨려들어가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런데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시장안정이라는 또다른 사회적 기능을 부여받고
있다.

주가가 급등할 때는 보유주식을 내다팔아 과열되는 것을 진정시키고 주가가
폭락할 때는 저점매수에 나섬으로써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역할이 그것이다.

미국의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 나 영국의 조바 (Jobber) 도 이런 역할을
통해 주식시장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시장안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관치금융의 입김이 강했던 과거에는 정부의 운용지시를 받아 꼭두각시처럼
주식을 사고 팔았다.

어느정도 자율성을 갖게 된 지금은 "손절매"와 "추격매수"로 주가의
변동성을 더 크게 하고 있다.

지난해말 정보통신주가 급등할 때는 "밀레니엄칩펀드"다 "코스닥펀드"다
해서 "코스닥거품"을 부채질했다.

지난주초에는 주가하락에 따라 손절매에 나섬으로써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 25일 종합주가지수가 35포인트나 폭락하며 900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바로 기관들의 손절매 탓이었다.

당시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란 확신이
있는데도 손절매 규정에 따라 살점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주식을 내다판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지난주말 주가가 급반등함으로써 손절매에 나섰던 기관들은 팔았던 주식을
높은 가격에서 다시 사야 했다.

손절매 규정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증시도 안정시킬 수 있다.

< 홍찬선 증권부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