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대란은 없다"

정부가 오는 2월8일 대우채권의 환매확대를 한달여 앞두고 일찌감치 선수를
치고 나왔다.

골자는 크게 두가지다.

후순위채담보(CBO) 펀드 등을 조기 허용, 대우채권 펀드를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외부에서 10조원의 유동성을 지원, 투신사로 하여금 환매에
충분히 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대책에 새로운건 별로 없다.

작년에 이미 발표한 것을 구체화한 정도다.

내용도 대우채펀드의 다른 펀드 전환을 유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유동성
을 총동원, 환매사태로 인한 파장을 잠재우겠다는 식으로 단순하다.

정부는 이 정도의 대책만으로도 오는 2월8일의 환매사태는 충분히 예방할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작년 11월10일 이른바 "물량공세대책"의 효력을 본 것을 감안하면 "2월
대란" 제압은 일도 아니라는 식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정부의 이른 대책이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것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시각이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환매동향 =지난해말 현재 투신권이 보유한 대우채권 편입 공사채형
펀드잔액은 69조2천억원에 달한다.

작년 8월12일 현재 1백50조6천억원에 비하면 54%가 감소한 수준이다.

이중 다음달 8일 95%가 지급되는 개인및 일반법인분은 32조2천억원이다.

개인및 일반법인분도 작년 8월12일(62조2천억원)에 비해 48.2%나 감소했다.

대우채를 편입한 펀드중 절반가량이 그동안 환매된 셈이다.

문제가 되는건 개인및 법인이 보유한 32조2천억원중 다음달 8일 이전에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 23조5천억원이다.

이들 펀드는 2월8일 직후에 환매될 공산이 크다.

정부의 대책도 바로 23조5천억원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중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이 각각 7조1천억원과 5조4천억원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신상품 전환유도 =정부의 1단계 대책은 대우채펀드의 전환 유도다.

정부는 이를위해 다양한 전환상품을 내놓았다.

우선 이달중 일정기간을 정해 주식형펀드와 하이일드펀드로 전환하는 경우
환매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주가의 상승가능성이 높은 만큼 펀드 상당액이 주식형으로 전환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하이일드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CBO펀드를
이달중 발매토록 독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1조~2조원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주식형및 공사채형 펀드나 공모주펀드 등 성격이 다른 5~6개 펀드를
고객들이 별도의 수수료부담없이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자유전환형펀드"
의 조기 판매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신탁형 증권저축 한도를 한투의 경우
2조4천억원에서 5조원으로, 대투의 경우 2조원에서 4조5천억원으로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늘려 주기로 했다.

이들 상품이 본격 발매되면 대우채펀드의 상당부분이 전환할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 외부유동성 지원 =신상품으로의 전환유도와 더불어 외부유동성 지원
대책도 마련됐다.

최소 10조원 규모다.

우선 이달중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투신권이 보유한 대우 무보증채
18조6천억원 가운데 개인및 법인분 8조1천억원을 36% 안팎에 인수, 3조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자산관리공사와 투신권은 채권가격을 조기 결정하되 늦어질 경우 먼저
채권을 인수하고 가격은 2월 8일 이후 정산토록 했다.

투신보유 대우 무보증채중 금융기관분 10조5천억원은 당장 시급하지 않은
만큼 별도 협의를 거쳐 원하는 투신사에 대해서만 자산관리공사가 인수토록
할 방침이다.

이미 계획돼 있는 한투및 대투에 대한 2조원의 증권금융자금 지원도 이달중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원규모는 한투와 대투에 각 1조원이다.

여기에 현재 남아 있는 채권시장안정기금 4조3백47억원도 투입, 투신사의
채권을 사들이는데 투입할 예정이다.

만일 이들 자금이 모자라면 한국은행에서 투신사에 직접 유동성을 지원
한다는 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 전망 =정부는 이같은 대책에다 투신사가 확보한 현금유동성 10조원을
더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넘어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용근 금감위 부위원장은 "이같은 대책이 제대로 실현되면 환매에 따른
파장은 없을 것"으로 단언했다.

시장참가자들은 그러나 "투신사 전체적인 유동성부족 사태는 해소될지
몰라도 환매가 2월8일 직후 한꺼번에 몰릴 경우 금융시장의 일시적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