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눈앞에 다가서면 머리 속은
백지상태로 변한다.

기존의 가치체계와 사고질서가 송두리째 증발되고 만다.

미국의 주가폭락이 순식간에 세계증시를 혼돈상태에 빠뜨렸다.

한국주가도 심한 충격에 빠져들었다.

웬만한 외부충격이 닥쳐도 반등시도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미국주가의 폭락사태를 금리인상에 대비한 선조정으로 해석하기엔 낙폭이
너무 크고, 금융공황의 전주곡으로 보기엔 세계경제가 잘 나가는 상황이다.

주가거품이 깨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시장가격에는 심리적인 요소가
워낙 강하게 작용하는 판이니 모두가 입조심이다.

혼돈의 상태가 펼쳐질 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때까지 몸조심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 허정구 기자 huhu@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