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코스닥시장은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책에 힘입어 지수가 3배 이상
오르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설, 시장윤리의 미정착, 시장관리능력 부재
등으로 온갖 부작용이 속출했다.

코스닥시장에 "국민적 투기장"이란 오명이 붙었지만 정부는 자칫 코스닥
시장에 찬물을 껴얹어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벤처붐에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
는 우려로 시장개입을 자재해 왔다.

증권업협회가 이날 전격적으로 집중매매심리라는 "칼"을 빼든 것은 코스닥
시장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투기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자칫하면 엄청난 시장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지만 코스닥시장의 건전한
발전이 없이는 벤처기업육성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증권업협회의 집중매매심리 발표에 따라 심리의 강도와 대상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협회는 주가가 급등한 종목중 30개 종목에 작전세력이 개입돼 있다는
혐의점을 포착, 금감원에 통보한 상태다.

협회심리팀과 금감원 관계자들은 이번에는 코스닥기업의 거의 대부분이
심리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심리기준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협회는 지난 10월 이후 주가가 2배
이상 뛴 종목에 대해 거래내역을 일일이 뒤지고 특히 주가급등시 물량을
처분한 계좌는 반드시 추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등록후 상한가를 이어가고 있는 신규종목과 그동안 주가상승이
가팔랐던 벤처기업은 주가감시 대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전망이다.

협회 심리팀의 한 관계자는 "우선 2개월간 집중매매심리를 펼칠 계획이며
대상기업은 대략 2백여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활황을 틈타 일부 기업주와 창투사가 작전에 깊숙히 개입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일부 기업주들은 형편없는 실적에도 불구,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내재
가치의 수십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주식을 공모,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뒤
차익만을 챙긴채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증권업계는
밝히고 있다.

어떤 기업은 아예 회사 스스로 주가조작에 나서고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일부 창투사들은 기업내용의 허위선전으로 기대감만 부풀린 뒤 등록후
보유주식을 대량 처분해 차익을 챙긴 뒤 개인들에게 손해를 전가하는 사례도
흔했다.

이로 인해 지난 8,9월에는 코스닥시장이 조정세를 보여 이 시기에 등록한
주식들은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크게 곤두박질치며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기도 했다.

<>.코스닥시장의 화려한 성장뒤에는 "장님시장"이란 꼬리표가 늘 붙어
다녔다.

작전세력이 수시로 불공정.편법거래를 조장하는 바람에 코스닥기업을
둘러싼 증권가 루머는 난무했다.

A사의 경우 최근 두달전에 비해 주가가 3배 뛰었지만 놀라는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기술개발과 외자유치 등을 호재로 이 회사의 주가는 조만간 10배 더 상승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B사의 경우 대주주와 창투사가 미리 짜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뒤 "사전
각본"에 의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상승장에선 호재로 작용하고 액면분할 발표때 대주주와
창투사가 무더기로 물량을 쏟아내고 빠져 나와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시장의 투기장화 현상에 대한 증시주변의 우려가
이번 대책마련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느슨한 공시체제 등 시장관리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집중심리 실시도
일시적인 충격파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등록기업들은 아직 운영규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느슨한 공시제도 하에서도 올들어 적발된 불성실 공시만 1백5회에 달하고
있다.

거래체결지연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산대책도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전산용량 부족으로 걸핏하면 매매체결이 지연됐으며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선 이달들어서는 거의 매일 지연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심리인원의 증원도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협회는 현재 다른 부서직원까지 보강,심리팀을 6명에서 12명의 늘였지만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기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병주 매매심리팀장은 "하루 1백개가 넘는 이상매매종목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람의 힘으론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 김태철 기자 synerg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