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겨울잠을 자기 전에 한가지 실험을 한다.

적당한 높이의 나무에 올라 땅바닥에 떨어져 본다.

퉁퉁하게 살이 올라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면 보금자리로 찾아들지만
아픔을 느낄 정도면 다시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나무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곰은 그 결과를 예단하지 않는다.

테스트 결과에 승복할 마음의 준비만 갖추고 있을 뿐이다.

주식시장도 곰과 비슷한 실험에 들어갔다.

연중 최고가는 물론 사상 최고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실험 중이다.

주변 상황으로 보면 비관론에 사로잡힐 이유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속단할 근거도 별로 없다.

시장 참가자도 실험결과에 따를 마음의 준비만 하고 있으면 갑갑해 할
이유가 없다.

곰이 마음 편하게 사는데는 그만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 허정구기자 huhu@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