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8일에는 장중 한때 사상최고치를 넘어서기도 했다.

최근 한달새 무려 40%나 올랐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에 밀려 거래소시장에서 재미를 보지못한 개인투자자
들은 "대박"을 쫓아 코스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시황분석가들은 지난 7월의 주가 하락기에 경험했던 것처럼 주가가
한번 방향을 틀면 걷잡을 수없이 하락할 수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코스닥 시장 활황을 틈타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팔아치우는
세력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않고 있어 무턱대고 코스닥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천만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언룰레트 게임을 하듯 내 차례에 총알이 튀어 나오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의 투자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 코스닥주가 왜 이렇게 오르나 =겉으로 드러난 주가 상승의 배경은
나스닥시장 급등이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지난주 사상 처음으로 3,000포인트 고지를 점령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여기에 고무돼 코스닥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대우사태가 해결돼가는데 따른 금융시장의 안정도 커단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최근 급등은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일부 세력의 작전과 이 작전에 편승하기 위해 몰려드는 투자자들의 "묻지마"
식 투자로 인한 일시적 수급불균형이 주가급등의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김기환 마이다스에셋 이사는 "종합주가지수의 상승탄력이 둔화되자 고수익
을 쫓는 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지점 관계자들도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 되는 쪽을 공략하려는 투기
심리가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일반투자자들의 이동을 피부로 느낄 수있는 지표는 일반인 매매패턴과
하루주문건수다.

이달들어 증권거래소시장에서는 일반투자자들이 하루 평균 2천억원 정도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하루 2백50억원 정도를 순매수하고 있다.

상장 주식을 판 자금으로 코스닥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반투자자 비중은 지난달초 90%대에서 이달들어
95% 이상으로 높아졌다.

매매주문이 폭주하면서 주문체결이 지연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실제로 8일에는 매매체결이 최고 30분 가까이 늦어졌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의 하루평균 주문건수는 31만8천건이었지만 이달들어
<>1일 38만4천건 <>2일 43만6천건 <>3일 50만8천건 <>4일 51만1천건 <>5일
61만7천건 등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 문제는 없나 =코스닥 종목은 사기만하면 남는다는 생각으로 덤비는
투자자들이 많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코스닥시장은 성격상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시장이긴 하나
자본잠식 상태에 있거나 화의에 들어간 기업에까지 매수세가 몰려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나스닥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는데도
나스닥이 뜨면 코스닥도 무조건 올라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도 문제
라고 지적한다.

나스닥과 코스닥은 우선 등록종목의 성격이 다르다.

나스닥시장에는 반도체나 정보통신 관련종목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의 벤처기업 비중은 22%밖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나스닥 등록종목은 실제로 성장성이 검증된데 비해 코스닥은 그렇지
못하다.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는 "나스닥기업에 등록된 인터넷업체의 경우
적자를 내더라도 외형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업체들중에는 매출액이 1백억원도 안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종목마다 임자(작전세력)가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는 대목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모든 종목이 작전으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코스닥 등록종목은
유동성이 떨어져 쉽게 작전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자본금 규모가 작은데다 지분분산율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코스닥시장에는 불공정 거래가 있더라도 이를 조사할 인력이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작전세력이 어렵지 않게 기생할 수있다.

증권사 객장 직원들은 "시장이 들썩이자 그동안 코스닥 투자를 않던 투자자
들이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으나 섣부른 추격
매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기환 이사는 "일반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사는 동안 대주주나
벤처케피털이 기다렸다는 듯이 주식매도에 나서고 있다"며 "이들이 주식을
판다는 것은 이미 주가에 상당한 거품이 형성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러시안룻렛 게임을 하듯 내차례에 총알이 튀어나오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의 투자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 조성근 기자 trut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