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달라졌다.

미국주가가 떨어져도 한국주식을 쉽게 팔지 않는다.

매수 규모가 점점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엔 충분
하다.

이달 들어 14일 현재 5천3백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물론 여기엔 최근 상장된 담배인삼공사 매수분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동안 못보던 새로운 얼굴도 눈에 띈다.

새로운 자금유입을 의미한다.

한국증시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대우문제등 국내 변수가 더 이상 악화될 것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외국인의 한걸음 한걸음에 증시의 눈이 쏠리고 있다.

<> 매매패턴의 변화 = 외국인은 14일 장막판에 소폭의 매도우위로 돌아섰으
나 지난 4일이후 줄곧 순매수했다.

지난 12, 13일 미국 뉴욕주가가 이틀간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는데도 끄떡
없다는 모습이다.

미국과는 별개로 한국사정이 그만큼 안정돼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국주가가 조정을 받은 탓에 적절한 저가매수 기회도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말 추석연휴를 전후로 한 매매패턴과는 다르다.

당시엔 미국 주가하락세가 이어지자 순매도로 일관했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미국펀드들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익을
낼 수 있는 한국주식을 일부 매도했다.

<> 눈에 띄는 새얼굴 =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에는 주문을 내지 않던 낯선
외국인이 포착되고 있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권지훈 부장은 "전혀 새로운 펀드들이 주문을 내고
있다"며 "종합주가지수의 오르내림에 따라 10여개 종목을 중심으로 한꺼번에
주문을 내는 인덱스투자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만지진여파로 상대적으로 한국증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내 상장사들의 올해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
펀더멘털측면에서도 투자메리트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엔 글로벌 리스트럭처링 펀드가 속속 신설되면서 구조조정에 활발한
상장사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향후 전망 = 다만 외국인들의 성격이 다양해 단기매매에 치중하는 곳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증권의 정준호 국제영업팀장은 "과거 단기투자의 경우 3~6개월, 중기는
6개월~1년6개월, 장기는 3~5년정도였다"며 "그러나 최근엔 보유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종목을 제외한 전종목의 외국인투자한도가 없어져 국내외 변수에 따라
단기에 사고 파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상품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증권사 홍콩지점등도 단기매매에 참여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증권전문가들은 "이런 점에서 하루 순매수규모가 1천억원 이상이
돼야 본격적인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대우문제, 투신사 구조조정문제 등이 완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덤벼들지는 미지수라는 해석이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