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구조조정과 증권.투신(운용)회사의 수익증권 환매제한 등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던 주식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a2로
상향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주가가 장중고점(1,052)에 비해 172포인트(16.5%)나 하락했다는
점도 장세반전을 기대하는 대목이다.

7월중순부터 40여일이상 조정국면이 지속됐다는 점도 가세한다.

<>실적장세의 가시화 =삼복더위에 지쳐 지지부진하던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그것은 본격적인 실적장세가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년 10월부터 7월초까지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가장 큰 힘은 한자리수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유동성이었다.

전형적인 금융장세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대우문제와 증권.투신(운용)사의 수익증권 환매문제가 돌출되면서
회사채수익률이 두자리로 뛰어올랐다.

시중자금사정도 그렇게 풍부한 편이 아니다.

절대규모로는 아직도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나 신용이 불안하지 않은
금융기관으로 편중돼 있어 풍요속의 빈곤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8월16일에 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실적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주식시장의 성격이 변화되기 위한 시간벌기
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장세에서 실적장세로 전환하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조정폭과 기간이
필요한데 대우그룹 및 수익증권 환매문제가 이런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분석이다.

이제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해결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고 수익증권
환매제한 등에 따른 증권.투신(운용)사 문제도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때에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검토라는 호재가 겹침으로써
실적장세의 시작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적장세에서의 투자지표 =주식시장이 실적장세로 전환될 경우 주도주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때 사용되는 투자지표 중에는 FV/EBITDA와 PER(주가수익비율)등이 있다.

PER는 국제적으로 주가수준을 비교하는데는 유용한 지표이나 순이익을
이용해 계산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특히 올해처럼 자산매각등에 따른 특별이익이 많고 감가상각변경 등으로
순이익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FV/EBITDA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데 더 적합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FV/EBITDA는 기업가치(FV=싯가총액+순부채)를 감가상각과 이자 및 세금을
내기전의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이다.

단위는 "배"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된 것으로, 높으면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준은 증시주변여건에 따라 달라지나 올해는 8.5배나 9배정도가 기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남우 삼성증권 이사는 "과거에는 FV/EBITDA가 7배 정도면 주가는 조정을
받았으나 현재는 9배까지 상승여력이 있다"며 "종합주가지수는 내년 상반기에
1,40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FV/EBITDA의 기준이 9배로 올라간 것은 <>ROE가 현재 10.3%에서
내년에는 12~13%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주주중시경영이 정착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짐으로써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루어
지고 <>은행시스템이 개선되 자금중개비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V/EBITDA기준 유망종목 =삼성증권은 12월 결산법인의 상반기실적을
감안할 때 한진중공업 태평양 삼천리등 FV/EBITDA가 9배 미만인 50개종목이
본질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상반기실적을 바탕으로 99년 연간실적을 추정해 FV/EBIRDA
를 계산한 결과 한진중공업이 1.7배에 머물러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태평양(2.0배) 삼천리(3.5배) 한일시멘트(3.7배) 금강(4.0배) 고려화학
(4.1배) 등도 저평가 종목으로 꼽혔다.

이중 투자가 유망한 종목으로는 대형주 중에서 삼성전자(5.7배) 포항제철
(6.3배) SK텔레콤(6.4배) 한국타이어(6.1배) 두산(6.1배) 금강개발(5.8배)
등이 꼽혔다.

싯가총액이 적은 종목중에는 이수화학(3.1배) 대한항공(8.2배)
빙그레(3.5배) 동양제과(3.8배) 웅진출판(4.1배) 계양전기(5.3배) 등이
우선순위에 올랐다.

또 FV/EBITDA가 10배를 넘어 현재로서는 다소 고평가된 측면이 있으나
내년에 수익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삼성전기(11.3배) 현대상선
(12.5배) 신세계(10.8배) 태영(12.2배)등도 투자가 유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 홍찬선 기자 hc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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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FV/EBITDA =최근들어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이 선호하는 투자지표다.

기업가치(Firm Value)를 세전, 이자지급전, 유무형 자산감가상각비 차감전의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 Amortization), 즉
영업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가치는 싯가총액에 순차입금을 더한 것이다.

FV/EBITDA가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90년대 들어 국내 기업들은 평균 6.5배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6.5배를 넘어서면 고평가, 밑돌면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주가의 고평가 저평가여부를 따지는 기준은 PER(주가수익비율)였다.

하지만 PER는 순이익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실적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감가상각방법을 자의적으로 바꿔 순이익을 조정하거나 자산매각등에 따른
특별이익으로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으로 둔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FV/EBITDA는 회계방법등에 따라 조정할 수 없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가에 따라 다른 감가상각방법과 조세제도의 영향도 받지않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투자지표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