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신탁과 증권회사들이 그동안 수익증권의 판매.운용 과정에서 갖가지
편법과 탈법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나 환매과정에서 해당회사와 투자자들간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투신사의 경우 MMF(머니마켓펀드)에 편입이 불가능한 무보증 대우
채권의 비중이 무려 60%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수익증권환매가 금지된 기간중에도 "언제든지 수익증권을 환매해 주겠다"는
"확인서"를 써주고 수익증권을 판매한 사실도 확인됐다.

기관및 법인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편입한 대우그룹 채권을 개인이
사들인 수익증권에 편법적으로 편입한 사례까지 발견됐다.

특히 개인이 가입한 MMF에는 투자부적격 등급인 대우그룹 채권 외에 부도
처리된 기업의 채권까지 편입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 사례 1 > 이면계약 피해

A증권 M지점은 금융기관의 수익증권의 환매가 금지된 지난달 28일 J종금에
지점장 명의의 확인서를 써 주고 6천억원을 신MMF에 유치했다.

A증권은 확인서에서 "최근의 이러한 상황(기관의 수익증권 환매금지)과
관계없이 7월26일 이후의 신규입금 자금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
토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점장 이름 뒤에는 지점장 직인까지 찍어 줬다.

A증권이 이 확인서를 써 준 것은 지난 7월28일.

정부가 금융기관의 수익증권에 대해 환매를 금지시킨 7일26일로부터 이틀
후였다.

대부분 금융기관이 수익증권에 맡긴 돈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때 A증권은 "이면각서"를 써주고 자금을 유치한 셈이다.

A증권은 확인서에서 "고객여러분"이라고 명기한 점으로 미뤄 J종금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에도 같은 내용의 확인서를 남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이면각서가 드러난 것은 대우채권에 대한 환매금지조치가 내려진
지난 13일.

J종금이 환매를 신청하자 A증권은 이를 거부했다.

J종금이 가입한 신MMF에 대우채권이 편입돼 있어 돈을 줄수 없다는 이유
에서였다.

J종금은 이에대해 신MMF는 투자부적격인 대우채권을 편입할 수 없는데도
이런 편법을 저질렀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22일이후 설정된 신MMF는 신용등급 A3-이상인 기업어음(CP)과
BBB-이상인 회사채만을 편입토록 돼 있다.

따라서 지난 5월 투자부적격으로 분류된 대우그룹채권을 편입할수 없게 돼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환매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A증권처럼
확인서를 토대로 수익증권을 팔아왔다고 털어놓고 있다.

확인서만 믿고 돈을 맡겼던 기관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 사례 2 > 투자부적격채권도 편입

서울 을지로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씨(45)는 자신이 가입한 MMF에
무보증 대우채권이 전체의 60%나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문제의 MMF는 S증권이 팔고 S투신이 운용하는 상품.

지난 13일 현재 이 MMF의 규모는 6백58억원.

이중 콜론 통안채 산금채 등에 운용해 원리금 상환이 어느정도 확실한 돈이
2백58억원이다.

나머지 4백억원은 모두 대우그룹 계열사들의 무보증 채권에 운용중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우할부금융(30억원) 대우중공업(90억원) (주)대우
(2백80억원) 등이다.

지난 10일 2억2천만원을 이 펀드에 가입한 김씨는 금감원 발표대로 손실이
최소화되는 시점인 6개월후 환매한다 해도 원금도 못건진다는 계산해 냈다.

정확하게 원금대비 1.8%의 손해를 본다는 것.

금액으로는 모두 3백96만원이다.

김씨가 원금 손실보다 더욱 분통을 터트리는 것은 S투신이 투자신탁업법
감독규정 및 펀드약관을 어기면서까지 투자부적격 채권을 편입한 대목.

S투신은 이 MMF에 (주)대우 2백64호 무보증회사채 2백40억원 어치와
대우할부금융 49회 무보증회사채 10억억원 어치를 집어넣었다.

편입시점은 지난 10일.

대우채권이 문제가 된 지난달 19일 이후에도 불법운용을 자행한 것이다.

(주)대우와 대우할부금융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BB로 투기등급에 속한다.

투자신탁업법 감독규정은 신종MMF에 투기등급 회사채 편입을 금지하고 있다.

또 이 MMF의 약관에도 무보증 회사채의 경우 A, 무담보CP의 경우 A3 등급
이상만 편입할수 있도록 돼 있다.

김씨는 "대우채권이 문제가 된 이상 S증권은 MMF의 운용내역을 설명한뒤
가입을 만류할 의무를 지고 있었는데도 제멋대로 가입시켰다"고 분개했다.

이 MMF는 지난 8월7일 현재 이미 대우 무보증채권이 44%나 있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