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신탁 및 증권회사들은 수익증권환매 금지가 풀린 13일 외형상으로는
큰 탈 없이 하루를 넘겼다.

투자자들의 문의전화는 빗발쳤지만 실제로 환매를 신청하는 고객들이 평소
보다 많지 않았다.

환매를 요청해도 대우채권 비중과 그에따른 지급금액을 산정해주는 전산
시스템이 갖춰지지않아 돈을 내 줄수도 없었지만 투자자들도 아직은 뭐가
뭔지 잘몰라 방향을 환매여부를 결정치못하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환매금지 해제조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주초가 돼야 정확히 파악할 수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대부분의 증권및 투신사 객장 직원들은 평상시보다 1시간정도 일찍
출근해 긴장된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본사 직원들의 경우 일부 부서는 밤을 꼬박 새웠고 휴가중인 직원들까지
회사로 출근해 고객들의 항의속에서 조기 환매는 실익이 없다는 설명을
하느랴 진땀을 흘렸다.

전산작업이 마무리되는 다음주까지는 긴장의 고삐를 늦추기 힘들 듯하다.

동원증권과 동원BNP처럼 이날부터 환매에 응한 회사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의
증권 투신사들은 다음주초나 돼야 환매요청을 받아줄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대한 현대등 대형 3투신사의 경우엔 대우 무보증 채권과 CP(기업어음)
등의 펀드 편입내역 조사를 위한 전산프로그램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라며
16일에는 환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산인력과 설비가 부족한 일부 신설투신사의 경우는
하루나 이틀정도 더 늦어질 전망이다.

<>.환매제한 해제조치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MMF(머니 마켓
펀드)가입자들이다.

특히 자금운용 계획에 따라 단기간 MMF에 예치했다고 인출할 계획이었던
법인들은 돈을 놔두고 다른 돈을 빌려야하는 상황이 됐다면 발을 동동
굴렀다.

MMF와 증권투자계좌를 연결시켜 주식투자를 해온 개인투자자들도 주식매수용
대금을 찾을 수 없어 애를 태웠다.

증권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증권투자계좌는 이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F에 돈을 넣어놓고 매수주문 때에만 돈을 찾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문제는 긴급대상에 MMF도 포함돼 있어 13일 이 단기입출금자금이 다른
수익증권 상품과 마찬가지로 완전 봉쇄된 것.

A증권 영업부장은 "주식이 내려 항의가 적었지 만약 주가가 올랐으면 거센
반발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그러나 주식미수금 결제 자금을 MMF에 넣어두었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특별대책반을 중심으로 이날 하루종일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금감위 특별대책반은 한시간 간격으로 각 투신사와 증권사로부터 환매신청
규모를 보고 받고 대책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금감위는 또 이날 아침 투신사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환매대책에 대해
상세히 설명.

참가자들로부터 일일이 질문을 받은뒤 "개인투자자들에게 가급적 환매시기를
늦추도록 권해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금감위는 이날 환매신청규모가 당초 우려보다 적었던데다 시장충격도
생각보다 적었다고 자체 결론.

그렇지만 다음주까지는 대책반요원들이 철야를 하면서 시장대책을 마련하기
로 했다.

<>.금감위는 당초 오는 16일 대우그룹 구조조정방안과 함께 환매대책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와 투신사의 유동성부족으로 일반법인에 대한 환매불가
소동이 일어나고 각종 편법이 난무하자 지난 12일오전 전격 발표키로 결정
했다는 후문이다.

금감위 재경부 청와대 등은 이같은 원칙에 합의한뒤 미리 준비한 환매대책을
투신협회와 증권협회에 통보.

이와 동시에 각 투신사와 증권사의 전산시스템을 점거, 행여 있을지도 모를
기준가격조작에 대비했다고.

금감위는 지난 7월25일부터 환매대책팀을 가동, 그동안 모호텔에서 합숙하며
대책안을 만들었다.

<>.은행들은 만기가 지난 수익증권은 대부분 환매신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만기가 남은 수익증권에 대해서는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신중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빛은행은 이날 만기가 지난 수익증권 5천억원어치를 환매요청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만기가 지났어도 찾지못했던 자금은 일단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환매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채형펀드는 대략 10%정도 대우채권을 편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정도는 손실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만기가 지난 수익증권에 대해서는 대부분 환매를
요청했다.

또 단기상품인 MMF에 맡긴 돈도 대부분 회수했다.

MMF의 경우 대우채권 편입비율은 3-5%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권은 만기가 남은 수익증권에 대해서는 처리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 찾더라도 자금운용처도 마땅치 않은데다 환매요청이 봇물처럼
터지면 금융시장 자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펀드별 대우채권편입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돼
처리방안을 잡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체 조사한 결과 투신사가 공개한 대우채권편입비율
이 서로 다른 것이 많았다"며 "예상보다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은 수익증권에
대해서는 아직 처리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운용회의에서 앞으로는 직접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을 활용하자는
이야기도 많았다"고 은행들의 불만스런 분위기를 소개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하영춘 기자 hayoung@ 안재석 기자 yag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4일자 ).